바다 건너 기아어린이 돕는 생활보호대상자 2인
● 지체장애 2급 조영미씨
생활비 30만원에서 매달 10% 뚝 떼어 네팔 ‘딸’에게 보내
●딸-남편 잃은 전명희씨
절망에 빠져 있다 印-比‘남매’ 얻어 “나더러 엄마래요”
자신의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들지만 얼굴도 모르는 ‘더 어려운’ 해외의 이웃을 돕는 ‘기부 천사’들이 있다.
하반신마비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조영미(46) 씨.
경기 구리시에서 한 달에 30여만 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는 그는 올해 1월부터 매달 3만 원씩을 네팔의 어린이 압사나(6) 양에게 보내고 있다.
과거 조 씨는 식당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17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해지면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가 됐다.
그는 “사고 후에 가족과도 멀어져 혼자 살게 돼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지난해 우연히 용기를 내 국제아동기구인 ‘플랜코리아’에 전화를 걸어 후원 의사를 전하고부터 삶이 변했다”고 후원 동기를 밝혔다.
조 씨는 네팔에 있는 ‘딸’에게 보낼 후원금 3만 원을 보태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동네를 돌며 폐품을 수집한다.
그는 “나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군에 사는 전명희(49) 씨는 가족을 잃은 대신 인도와 필리핀에서 새 아들과 딸을 얻었다.
2004년 뇌성마비 1급이었던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2년 후 사업 실패로 간경화를 앓던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자 전 씨는 절망 속에서 살았다. 게다가 당뇨병에 위와 눈까지 나빠졌고, 생활보호대상자로 매달 7만6000원의 수급비와 20여만 원의 연금을 받으며 근근이 삶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전 씨가 지난해 플랜코리아를 통해 결연한 인도의 수쉴라(11) 양에게 3만 원씩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기적을 만났다.
그는 “나도 세상에 보탬이 될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삶이 변했다”면서 활짝 웃었다.
내친김에 전 씨는 올해 5월부터 필리핀에 사는 제럴드(9) 군을 후원하기 시작해 ‘아들’ 한 명이 더 생겼다.
“수쉴라가 저를 위해 매일 기도한대요. 편지를 주고받는데 엄마라고 불러줘요. 내가 준 것은 고작 3만 원인데 그 아이는 나를 위해 사랑을 주고 그 사랑 덕에 내가 살고 있었던 거예요.”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