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천 서구 원창동 BMW 차량물류센터.
약 4만9600㎡(1만5000평) 규모의 물류센터에는 1700여 대의 BMW 차량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앞마당에는 팔리지 못한 재고 차량들이 먼지에 덮인 채 자리를 지켰다.
물류센터 직원 A 씨는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물류센터에서 나가는 차량 수가 부쩍 줄었다"며 "다른 수입차를 보관하는 이웃 PDI센터도 출고 차를 싣고 가는 화물차의 통행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3% 줄어든 2948대로 최근 33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독일 명품차인 메르세데스-벤츠는 10월 국내 판매량이 한 달 전보다 21.2%의 감소한 데 이어 11월은 전월(前月)대비 37.1% 감소했다. BMW도 10월과 11월 연속으로 판매량이 20% 이상 줄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법인 고객이 전체 고객의 60%가량이다 보니 경영난을 겪는 중소 법인의 구매가 줄고 있다"며 "자영업자들도 불황 분위기에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할부·리스회사들의 자금난도 수입차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꼽힌다. 개인 신용대출로 사업을 확장한 수입차 할부·리스사들이 경기 침체로 리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시장에 데뷔한 수입차들은 신차(新車) 발표 초기에 단기간 판매 신장 효과를 내는 '신차 효과'가 줄어 아쉬워하고 있다.
9월 국내에서 신고식을 치른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판매는 10월 53대, 11월 7대에 그쳤다. 닛산도 판매 첫 달 112대 판매로 예상에는 못 미쳤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수입차는 국산차의 품질이 개선되면서 '프리미엄'이 줄어든 데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힘든 시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잠재고객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소비자 리서치 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자동차를 구입할 소비자 2만7014명을 대상으로 구입대상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15.3%가 수입차를 선호했다. 2006년 조사 때 7.1%의 2배가 넘는다.
윤대성 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수입차 업계가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재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조은아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