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면서 시위가 그리스 전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8일 아테네 의사당 건물 앞에서 한 청년이 자신을 끌고 가려는 경찰에 저항하고 있다. 아테네=EPA 연합뉴스
학생 - 좌파정치권 가세 나흘째 계속… 시위대, 의사당 포위
그리스 아테네에서 무정부주의 청소년들이 중심이 돼 시작된 폭력시위가 일반 학생과 좌파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반(反)정권 시위로 변하고 있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져 사건의 발단이 된 15세 소년 안드레아스 그리골로푸로스의 장례식이 거행된 9일 그리스공산당과 좌파 단체를 중심으로 수만 명의 시위대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아테네 중심가를 행진했다.
상당수 고등학생과 대학생도 무정부주의 청소년과의 연대를 표명하면서 폭력 시위는 북부 베리아에서 중부 트리칼라까지, 크레타 섬과 코르푸 섬까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청소년과 학생 수천 명은 8일 밤 국영 올림픽항공 사무소, 외교부 건물, 백화점 등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한 뒤 폴리테크니크대에 은신해 낮을 보내고 9일 밤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수백 명의 시위대는 이어 아테네 의사당을 포위한 채 바리케이드를 친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의사당 진입을 시도했다. 나흘째 계속된 시위로 수백 채의 건물이 불에 타거나 파괴됐고 5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노조는 10일을 총파업날로 선언했다.
이번 시위는 무정부주의자들의 소굴인 아테네 도심 엑사르키아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경찰과 무정부주의자들의 충돌이 발단이 됐지만 사회 경제적 요인이 시위 확산에 불을 붙였다.
범죄학자 이오니스 파누시스 씨는 AFP통신에 “무정부주의자들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활용해 시시각각으로 상황을 전파하면서 평범한 젊은이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해석했다.
상당수 그리스 언론은 폭동을 진압하지 못하고 상황을 방치한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콘스탄스 카라만리스 총리 정권은 지난해 의회 300석 중 152석을 차지해 간신히 재집권한 정권으로 기반이 약하다. 게다가 지난해 전례 없이 규모가 컸던 산불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해 일반 국민의 지지도 많이 상실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