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상은 따로 있다?
일본의 연말 결산 이벤트 중 누구나 관심있어 하는 행사인 ‘올해의 유행어’ 발표가 12월의 문을 열자마자 어김없이 진행됐다. 지난 1일 열린 ‘유행어 대상’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으로 뽑힌 올해의 키워드는 ‘어라포’와 ‘구∼’. 올해 TBS에서 방송된 드라마의 제목으로도 사용된 ‘어라포’는 ‘어라운드 포티(Around 40)’의 준말로 ‘마흔 즈음’의 여성층을 가리키는 말. 40세 전후 세대의 여성이 품은 고민과 꿈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아 이 말이 2008년을 반영하는 대표 키워드로 선정됐다.
연령 미상의 늦깎이 여성 개그맨으로 올해 눈부시게 활약한 에도 하루미의 ‘구∼’라는 유행어도 ‘어라포’의 대상 동반자가 됐다. 그러나 유행어 대상 발표 순간을 생중계까지 하며 유난스러운 관심을 나타낸 방송사 등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발표에 실망의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 해의 조류를 통찰하는 ‘뼈있는 한마디’와는 거리를 둔 ‘무난한 키워드’가 대상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다.
정치권에서 터진 유행어 대상 후보도 제법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가 사임 발표 기자회견에서 내뱉은 ‘나는 당신과는 달라요’라는 한마디가 그것.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의 질의에 발끈해 툭 던진 이 말은 이후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총리의 감정 분출을 유도한 해당 기자는 스타가 됐고, 이 말을 새긴 티셔츠도 제작돼 2000여장이 팔리기도 했다.
인터넷, 주간지 등 독자적으로 유행어 대상을 앙케트한 곳에서는 대부분 이 말이 1위를 차지했다. 그래서인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도 있는 전 총리의 한 마디를 비껴간 결과에 김빠진 콜라를 마신 기분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한 ‘구∼’라는 독특한 어미 사용으로 인기 개그맨의 반열에 오른 에도 하루미의 미래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역대 유행서 대상에 오른 개그맨들이 급격하게 인기가 하락해 반짝 스타로 그친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에도 하루미가 과연 유행어 대상의 징크스를 극복할 것인지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약하게도 축사는 제쳐두고 불길한 입방아부터 찧고 있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조재원의 도쿄통신]배꼽잡는 NHK ‘홍백 리스트’ 뒷이야기
[조재원의 도쿄통신]스타가 그린 ‘보통 그림’이 헉 1억!
[조재원의 도쿄통신]나는 조개가 되고싶다의 물량공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