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국내에서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지구’는 개봉 전후 두 번 화제가 됐다.
개봉 전에는 영화배우 장동건이 내레이션을 맡아서, 개봉 후에는 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아 주목을 받았다.
영국 BBC가 150억 원을 들여 4500일간 촬영한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북극에서 적도와 사막을 거쳐 남극까지, 갈수록 더워지고 있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는 동물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폭우 폭설 등 기상이변이 더는 ‘이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지구온난화는 동물 세계를 넘어 이제 인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에 나오는 여러 동물 중 아기 곰들을 먹이기 위한 아빠 북극곰의 눈물겨운 사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뇌리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 차원의 노력이 가시적으로 진행된 것은 20년이 채 안 된다.
1988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이 설치됐다. 이어 1992년에는 유엔환경개발회의가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지만 구속력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1995년 3월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 등이 참가한 가운데 독일 베를린에서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의 국제 협약인 기후변화협약 제1차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이후 온실가스의 감축 목표와 감축 일정, 개발도상국의 참여 문제 등으로 참가국 간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지만 1997년 12월 11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마침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2005년 2월 16일 공식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의무 이행 대상국 38개국의 2008∼2012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하도록 했다.
감축 대상 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불화탄소, 수소화불화탄소, 불화유황 등이며 대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과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2001년 3월 탈퇴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 연설에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공약으로 내세워 다시 의무 이행 대상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기후변화협약상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의무대상국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요구로 지위가 변경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