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취도 평가 거부 교사 7명 중징계
서울시교육청이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했다는 이유를 들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7명을 해임 등 중징계한 것은 통상적인 노조의 활동범위를 벗어난 행동에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교원평가제 및 성과급 차등지급 반대 집단 연가투쟁’에 참여했던 전교조 교사 153명이 징계를 받았지만 대부분 견책, 감봉 등 경징계에 그쳐 교육당국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국가시험을 조직적, 고의적으로 방해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 만큼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며 “교사가 국가수준 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근로여건, 복지 등 노조의 활동 범위를 벗어난 불법적 행동”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징계를 받은 교사들은 “교육 내용, 교육 과정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평가를 교사로서의 양심에 따라 거부한 것”이라며 “시교육청이 정치적인 판단으로 무리한 징계를 내렸다”고 반박했다.
▽전교조에 사사건건 발목 잡혀=시교육청은 현 정부 들어서도 학교자율화 조치, 국제중학교 설립,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교원평가제, 교원 차등성과급 지급 등 정책마다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23일로 예정된 중학교 1, 2학년 대상 학력평가도 ‘과제물 제출’ 등을 통해 무력화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교조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학교에서만 실시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내세워 평가 거부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5일 전교조 서울지부 등에 단협 전면 해지를 통보했지만 교육계 일부에서는 ‘시교육청이 전교조 눈치 보느라 바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상진 서울시교육위원은 “그동안 교육당국이 전교조의 눈치를 보느라 불법행위에도 솜방망이로 대응해왔다”며 “이제라도 교육정책을 방해하는 행위는 엄정하게 처벌해야 학교 현장의 질서가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교사 행동 논란=해당 교사들은 징계위원회에서도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았지만 징계 수위가 생각보다 높자 허탈감을 드러냈다.
전교조 등은 학업성취도 평가 대신 자신이 낸 문제를 풀게 한 교사만 해임 처분을 받고 나머지 교사들은 정직 1개월 정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A 교사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하고 나온 뒤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몰상식성을 보여준다”며 “서열화 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교사로서 당연한 도리를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B 교사는 학생들이 평가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권유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는 시험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B 교사는 전교조 교사인 부인과 함께 초등학교 6학년 자녀에게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했지만 아이는 “학교에서 혼자만 시험을 안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는 것.
결국 아이는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렀다. 반면에 B 교사가 맡은 학급 학생 35명 중 20명은 시험을 보지 않았다.
B 교사는 “우리 반 학생의 절반은 학부모가 시험을 보게 하고 싶다고 해 보게 했다”며 “아이에게도 내 의견을 피력한 뒤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