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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氣살리기’ CEO들이 뛴다

입력 | 2008-12-11 03:04:00


도시락 미팅에… 생일잔치 열어주고… 블로그도 방문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코오롱아이넷 대회의실. 변보경 코오롱아이넷 대표와 신입사원 1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테이블에는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변 대표는 신입사원들에게 회사 생활의 고충을 물었다. “지금은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선배로서의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신입사원들은 변 대표가 최근 회사의 근황과 내년 경영환경을 설명할 때 진지하게 경청했다.

코오롱그룹의 계열사인 코오롱아이넷은 매월 한 번 ‘최고경영자(CEO)와의 도시락 미팅’을 연다. 변 대표는 사원들과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자신의 의견도 밝힌다. 요즘은 “어려운 환경을 잘 이겨내자”며 단결된 모습을 강조하는 편이다.

이 회사 화학1팀 정귀현 사원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CEO와 점심을 먹으며 신입사원 모두 편안하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사내(社內) 분위기가 가라앉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지자 기업 CEO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용기를 북돋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결속을 다질 뿐 아니라 현장 민심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선 보령제약그룹 부회장은 매월 열리는 사원들의 생일잔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생일을 맞은 사원뿐 아니라 계열사 사장도 총출동한다.

먼저 영화나 음악 감상 등 문화행사를 진행한 후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임원들도 함께하기 때문에 사원들은 생일잔치에서 회사 경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도 한다. 임원들 역시 사원들의 건의사항을 꼼꼼히 듣고 건설적인 내용은 즉석에서 받아들이기도 한다.

최관호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는 별도의 사무실 없이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 그는 “권위적인 모습을 벗고 열린 공간에서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야말로 회사의 성장동력이다”고 말했다.

최 대표도 직원과의 도시락 미팅을 즐긴다. 특히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빠짐없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의견을 교환한다.

이정식 LG파워콤 사장은 블로그를 직원과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이 회사는 최근 사내 인터넷망에 블로그를 마련하고 메뉴 중에 ‘행복한 글 한 마디’라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사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기회 있을 때마다 직원들의 블로그를 방문해 칭찬이나 조언을 적어 놓는다.

블로그에는 CEO부터 말단 사원까지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다. 개설 이후 릴레이 형식으로 꾸준히 글이 게재되고 있다.

변 대표는 “어려운 때일수록 직원들과 자주 접촉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격의 없는 현장 경영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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