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르도의 대표 네고시앙(와인 중개상)인 두르뜨의 와인 디너 행사가 열린 지난 3일 오후 서울 삼청각. 국내 와인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흥미로운 이벤트가 하나 벌어졌다.
두르뜨의 아이콘 와인 ‘에썽쓰’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르도 메독의 그랑 크뤼(특등급) 와인 ‘샤또 무통 로칠드’, 보르도 생떼밀리옹의 그랑 크뤼 와인 ‘샤또 슈발 블랑’ 등 세 와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자리에 올라온 것.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한 재 10분 여의 시간 동안 세 와인을 차례로 비교 테이스팅한 참석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1번 와인이 가장 좋다” “아니다 2번이다” “난 3번 와인이 복합미가 가장 근사하다. 무똥 로칠드인 것 같다” 등 서로 다른 의견을 쏟아냈다. 그 와중에 한 가지 공통된 의견도 나왔다.
각각의 와인은 서로 다른 캐릭터를 뿜어내면서도 나름대로 강렬한 매력이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와인포털사이트 와인21닷컴의 최성순 대표는 “세 와인은 분명 각각의 개성이 확실하면서도 모두 뛰어난 맛을 낸다. 어떤 와인이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 와인의 정체가 마침내 공개됐을 때 참석자들은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두 2001년 빈티지로 1번 와인은 120만원 하는 ‘샤토 슈발 블랑’, 2번 와인은 30만원 짜리 ‘에썽쓰’, 3번 와인은 130만원에 팔리는 ‘샤토 무똥 로칠드’였기 때문이다.
에썽쓰는 어떤 와인이길래 고작 1/4 밖에 안하는 가격으로 세계 최고의 그랑 크뤼 와인과 견줄만한 맛을 내는 걸까. 포도밭에서 우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에썽쓰는 오메독에 위치한 그랑 크뤼 등급 ‘샤또 벨그라브’, 뻬삭 레오냥의 ‘샤또 라가르드’, 생떼스떼프의 ‘샤또 르 보스크’, 보르도 슈페리에르의 ‘샤또 뻬이 라 뚜르’, 생떼밀리옹에 위치한 그랑 크뤼 ‘샤또 그랑 바라이유 라마르젤 피작’ 등 5개 프리미엄 샤또의 가장 좋은 재배지에서 각 2ha씩 총 10ha에서 재배한 와인 원액만을 사용한다.
다음은 세계적인 명성의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과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18개월 동안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1차 숙성을 한 뒤 두르뜨의 임원과 와인메이커, 미셸 롤랑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 후 결과에 따라 매해 5개 샤또의 블렌딩 비율을 결정해 6개월 간 2차 오크 숙성을 거쳐 매해 1만병(750ml 기준) 정도만 시장에 출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뛰어난 품질 덕에 에썽쓰는 ‘슈퍼 보르도’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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