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인 박사가 지난달 24일 그랜드바하마 북서쪽 우드케이 섬에서 황폐화된 맹그로브 숲을 살펴보고 있다. 그랜드바하마=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
24일 권영인 박사가 우드케이 섬 생태계를 탐사하기 위해 북쪽 바닷가로 상륙하고 있다. 그랜드 바하마=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kunta@donga.com
맹그로브 숲 해안가 황폐화 속도 빨라져
“어? 이상하네. 섬이 없어요. 지도에 있어야할 섬이. 허리케인에 쓸려 나간 모양입니다.”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조타석에 앉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모니터를 보며 방향타를 잡고 있던 권영인 박사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권 박사의 옆에서 수심을 확인하는 송동윤 씨도 어리둥절한 표정이긴 마찬가지.
5일 장보고호는 산호와 맹그로브 나무의 생태를 점검하기 위해 섬의 북서쪽 끝에 있는 샌드케이 섬으로 향했다. 두 시간 남짓 주 돛과 보조 돛을 펴고 미끄러지듯 바다를 달린 장보고 호 선수(船首)에 멀리 섬 하나가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뒤 GPS 모니터에 알쏭달쏭한 화면이 떴다. 지도상에 나타난 섬 위로 장보고 호가 지나는 모습이 포착된 것.
권 박사는 “최근 이 지역 섬의 지형이 크게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장보고호의 GPS에 넣은 지도 메모리는 10년 전 제작된 것이었다. 10년 사이에 뭔가 큰일이 일어난 셈이다.
망원경 너머로 멀리 야자수 두 그루와 작은 맹그로브 숲이 시야에 들어왔다. 해도에 나타난 섬 크기는 지금보다 5배가 훨씬 넘는 듯 했다. 투명한 코발트색 바다 위로 하얀 햇살이 쏟아지며 바닥의 해초와 산호가 마치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어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