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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자들은]금융한파 겨울나기 어떻게…

입력 | 2008-12-12 03:01:00


“현금 확보가 최우선” 지갑 닫고 구두쇠 작전

종부세-건보료-전세금 반환 부담

차분하고 조용한 송년모임 늘어

최근 금융 불안과 경기침체 우려로 중산층 및 서민 경제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자산이 많은 부자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느 때보다도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이들은 현 시점에서 긴축과 유동성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갑을 굳게 닫고 구두쇠 작전을 고수하고 있다.

대부분의 PB 고객은 종합부동산세 납부자이다. 이들은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15일까지 내야 한다. 납부 금액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요즘 부동산가격이 많이 하락해 실질적인 납부 부담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크다.

특히 일정한 현금소득이 없는 자산가들은 세금 납부가 버거운 경우가 많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한 여러 가지 변화 움직임을 비롯해 향후 진행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건강보험공단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들에게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해 평소의 두 배 수준에 가까운 건강보험료가 청구된 것도 자산가들이 지갑을 닫는 이유 중 하나다.

부동산시장 위축에 따라 자산가들의 전세금 반환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매매 및 임대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 집주인이 제때 전세금을 반환해주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 기간이 만료되어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해도 세입자가 없어 일정기간 공실(空室)로 둔 채 금융자산에서 일부를 빼내 전세금으로 주고 있는 상황이다.

집주인 처지에서 현금은 지출되고 월세 등 현금 유입은 없어지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자산가가 많다.

얼마 전 만난 한 고객은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오래된 중고차량을 연말에 신차로 바꿀 계획이었으나 당분간 1년 정도는 중고차량을 더 타야겠다”고 말했다.

연말 송년모임도 지난해와 비교해 무척 소박하고 검소해졌다. 대부분 차분하고 조용하게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자산가들은 보통 송년모임을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왔지만 경기침체 영향으로 ‘실속형 송년회’로 바꾸는 추세다.

한 고객은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치르기로 했던 송년모임을 취소하고 지인들끼리 음악회나 뮤지컬을 관람하기로 했다. 비용을 줄이면서 문화생활까지 즐길 수 있어 다른 송년회 멤버들도 선뜻 찬성했다.

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또 다른 고객은 회사 직원들끼리 술을 마시는 송년회에서 탈피해 회사 인근의 보육원을 찾아 다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송년모임을 갖는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 차원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기침체로 어려운 때에 누구보다 힘든 연말을 맞는 저소득층을 먼저 살피자는 취지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부자 고객들 역시 경기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끼면서 하나라도 아끼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상영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