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前대통령 청렴생활에 감명
평생 단벌 양복 떨어질때까지 입어
“자네 요즘 몇 시에 퇴근하나?”
1987년 국정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은 최흥순 당시 숙명여고 국어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교사가 “보통 6교시 마치면 오후 늦게 끝납니다”라고 답하자 최 전 대통령은 “이 사람아, 왜 그렇게 고단하게 근무하나. 나한테 와서 근무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네”라고 웃으며 말했다.
최 교사는 최 전 대통령의 집안 손자뻘이다. 그는 대학 시절 최 전 대통령의 집에 머물며 최 전 대통령 두 아들의 과외교사를 하기도 했다. 최 교사는 곧 교직을 떠나 최 전 대통령이 작고한 2006년까지 20년간 보좌했다.
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최 전 보좌관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72세.
강원 횡성에서 출생한 고인은 충북 제천농업고등학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고 국어교사를 하다 1987년부터 총무처 전직 대통령비서관으로 최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고인은 최 전 대통령이 검은 고무신을 신고 여름에는 오래된 선풍기로, 겨울에는 보일러 없이 연탄을 때는 검소한 생활에 감명 받아 자신도 평생 한 번 산 양복을 떨어질 때까지 입는 등 청렴한 생활을 했다.
최 전 대통령은 늘 정직하고 정확하게 보고하는 고인을 신뢰했다. 최 전 대통령은 특히 1990년대 대대적인 5공 청산 작업이 이뤄질 때 곳곳에서 증언 압박이 들어오자 고인을 곁에 두고 많은 조언을 구했다고 최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최효순 씨가 전했다.
유족은 부인 강숙자 씨, 아들 승문(조선일보사 대리) 씨, 딸 미란(주부) 세라(봉일천고 교사) 씨, 사위 전필원(사업) 김태훈(교육과학기술부 서기관) 씨, 며느리 이지은(현대자동차 대리) 씨.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 13일 오전 7시 반. 02-3410-6923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