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감청기록에 ‘후보 5번’ 거론
오바마 “블라고예비치 사퇴해야”
○ 일리노이 주지사는 사퇴 거부, 정상근무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를 통해 “이제는 블라고예비치가 사직할 때”라고 말했다고 시카고트리뷴이 보도했다. 그러나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사퇴를 거부하고, 이날 ‘정상근무’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바마 당선인은 9일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가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해 미온적인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일리노이 주의회는 아직은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상원의원 임명권 행사를 막기 위해 주지사 임명 대신 보궐선거를 통해 2010년까지의 잔여임기를 수행할 사람을 선출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48인도 이날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즉각 주지사직을 사임하고 일리노이 상원의원 임명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ABC방송은 블라고예비치 주지사가 상원의원직을 놓고 흥정을 벌인 당사자 가운데 거액을 내겠다고 제안한 사람 중 한 명은 제시 잭슨 주니어 일리노이 주 하원의원이라고 연방수사국(FBI)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잭슨 의원은 흑인 민권운동가로 유명한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로 차세대 흑인 지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FBI 감청기록에는 블라고예비치 주지사가 “‘상원의원 후보 5번’의 측근이 접근해 와 50만 달러를 내겠다고 했다”고 말한 대목이 나오는데 문제의 ‘후보 5번’이 바로 잭슨 의원이라는 것.
그동안 ‘개혁가’ 이미지를 내세웠던 잭슨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내가 왜 ‘후보 5번’으로 거론되는지 모르겠다. 상원의원직을 놓고 주지사 측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 시카고, 뿌리 깊은 부패의 기억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리노이 주와 시카고는 전통적인 비리의 온상이었다”며 “지금까지 4명의 주지사가 기소됐고 지난 20년간 50명에 이르는 이 지역 정치인들이 부패혐의로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