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들고 방한한 라피트그룹 크리스토퍼 살랑 사장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매혹적인 와인이지만 보통 사람에겐 너무 비싸죠. 많은 사람이 로칠드의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한국에 중저가(中低價) 와인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메도크 지방의 5대 최고급 와인(그랑크뤼 1급) 중 하나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생산하는 라피트그룹의 크리스토퍼 살랑(53) 사장은 최근 방한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8일 만난 그는 “최고급 와인에 반해 와인의 세계에 입문할 수도 있지만 접근하기 쉬운 와인을 많이 마셔보는 것도 와인에 눈 뜰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병에 200만 원대인 샤토 라피트에 비하면 이번에 선보인 ‘라피트 레장드 시리즈’는 싼 편이다. 라피트 레장드 보르도(3만6000원), 라피트 레장드 포이야크(7만9000원) 등이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세컨드 와인인 카뤼아드 드 라피트 로칠드(11만4000원)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와 같은 포도원에서 나는 포도로 만들지만 라피트 레장드 시리즈는 보르도 전역에서 나는 포도들을 혼합해 만든다. 하지만 우아하고 균형 잡힌 ‘로칠드의 맛’은 느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살랑 사장과 함께 마셔본 라피트 레장드 포이야크에선 포이야크 지역 와인 특유의 힘이 느껴졌다.
―최근 미국 칠레 등 신대륙 와인이 과거 프랑스 와인의 명성에 도전하고 있다. 수많은 와인 중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마셔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는가.
“샤도네이나 피노누아 품종은 다른 지역의 와인들도 뛰어나다. 그러나 카베르네 쇼비뇽은 여전히 보르도가 최고라고 믿는다. 우아하면서도 복잡한 그 맛은 구릉이 많고 토양이 다양한 보르도의 ‘테루아(와인 맛에 영향을 미치는 토양과 기후)’이기에 가능하다.”
―최근 프랑스에선 별과 달의 주기에 맞춰 포도를 재배하는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이 크게 유행한다고 들었다. 이 농법을 도입할 의향이 있는가.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은 흥미롭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농법은 포도나무에 서식하는 벌레도 잡지 않는다. 귀한 포도나무를 방치하고 싶진 않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샤토 무통 로칠드와 함께 세계적 금융 부호 로칠드 가문이 운영하는 포도원이다. 로칠드 가문의 유구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가.
“프랑스 파리 본사 곳곳에는 로칠드 가문이 수집한 그림, 가구, 식기, 사무용품 등이 배치돼 있다. 따뜻하면서도 다양한 색감의 수집품들은 세련되고 정제된 스타일을 자랑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어떤 와인을 즐겨 마시나.
“그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것이 프랑스 와인업계의 불만이다. 국가 홍보를 위해서라도 그들이 와인을 마셔야 한다.”
프랑스 명품 회사들의 모임인 콜베르 위원회 회원이기도 한 살랑 사장은 “요즘 콜베르 위원회에서는 환경 문제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로 논의한다”며 “로칠드 가문도 토질 회복 등 ‘에코(eco·환경) 시스템’을 최우선 관심사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