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저는 스무일곱 살의 지휘자이고, 이제는 열여섯 살의 지휘자들이 있어요. 베네수엘라에서 저는 이미 구세대에 속하죠. 하고 싶은 일을 사랑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꿈이 이뤄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 베를린 필, 빈 필 지휘… 올 가을 LA필 상임 지휘자로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가 낳은 지휘계의 신성(新星) 구스타보 두다멜(27). 그가 14, 15일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제공하고 음악을 가르치는 제도.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30년 전 마약과 흡연, 범죄에 물든 아이들 10여 명을 가르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가난한 가정 출신이었던 두다멜도 이 시스템을 통해 음악을 접했다. 베를린 필, 빈 필 등을 지휘한 그는 올가을 에사 페카 살로넨에 이어 미국 LA필 차기 상임 지휘자로 취임했다.
두다멜은 e메일 인터뷰에서 “음악이 나의 삶을 바꾸었다. 어릴 적 음악을 하지 않았던 내 주변 남자아이들은 결국 범죄와 마약에 빠져들었다”고 회상한다. 18세에 두다멜이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앙코르곡으로 200명의 단원이 몸을 흔들며 ‘맘보’를 연주하는 남미 특유의 열정적인 리듬과 에너지를 자랑한다.
두다멜은 “베네수엘라에서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연주자뿐 아니라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며 “마치 다른 나라에서 ‘로큰롤’과 같은 문화를 즐기듯이, 우리도 라틴 특유의 정체성이 담긴 우리만의 문화를 형성해 왔다”고 말했다.
엘 시스테마에는 1만5000명의 음악 선생님이 있고 정부는 매년 2900만 달러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30만 명의 음악가가 배출됐고 170여 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활동할 정도로 베네수엘라는 ‘신흥 클래식 강국’으로 떠올랐다.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주자 출신인 에딕손 루이스(23)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하기도 했다. 지난달 베를린 필과 내한공연을 펼쳤던 루이스는 “집 근처에 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옷걸이를 들고 바이올린 연습하는 흉내를 내면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어릴 적 엄마가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 점원으로 일했을 때 내가 베를린 필 단원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170개 청소년 오케스트라 활동… 신흥 클래식 강국
이 오케스트라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1번, 15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등을 연주한다. 아브레우 박사도 내한해 15일 오후 2시 성남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최로 열리는 ‘문화예술교육, 예술 꽃을 피우다’라는 포럼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4만∼16만 원. 02-1577-526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