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천/경기]인천 ‘중동문화원’ 폐쇄 논란

입력 | 2008-12-12 06:40:00


“아랍표 얻자” 亞경기 유치위해 작년10월 개관

시민단체 “외교문제로 불거질 것” 철회 요구

인천시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한국과 중동 간 교류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 개관한 ‘중동문화원’을 폐쇄한다고 밝히자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시는 한국·중동협회와 함께 아시아 최초로 지난해 10월 22일 남동구 구월동에 중동문화원을 개관해 운영해오다 최근 불분명한 이유로 이달 안에 폐쇄하고 내년부터 ‘글로벌센터’로 개편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인천시가 지난해 봄 중동문화원을 유치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신청해 인도 델리와 치열한 유치 경합을 벌인 인천은 한 표가 아쉬운 절박한 상황이었다.

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위해 뛰던 안상수 인천시장은 중동국가의 지지를 이끌어낼 아이디어를 찾던 중 “인천에 중동문화원을 건립하라”는 한덕규 한국·중동협회 회장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여기에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중동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문제는 중동문화원 폐쇄가 자칫 외교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것.

당시 개관식에 참석한 중동 국가의 주요 인사들은 타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인천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개관식에는 중동권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의 최고 국제기구인 아랍연맹의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을 포함해 수단 이란 쿠웨이트 레바논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카타르 등 중동 각국의 장관, 왕자, 경제문화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카타르의 마르샬 빈 자심 알사니 왕자는 “한국과 중동 국가 간 문화, 문물의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문화원의 개원은 단순히 건물 하나 들어선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시는 개원식을 마치고 인천 청라지구에서 서울의 테헤란로와 같은 ‘아랍거리’ 명명식을 갖고 1m 높이의 석제조형물을 세우기도 했다.

중동문화원 측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 말 문화원 폐쇄를 공지하고 전시물 반환 및 이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인천시의회 이명숙 의원은 시정 질의를 통해 “중동문화원 개관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 당시 중동국가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카드’였다”며 “중동문화원 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중동국가 주한 대사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인천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중동문화원 폐쇄 결정에는 이슬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진 일부 종교계에서 중동문화원에 대한 시의 지원에 이의를 제기해 이뤄진 조치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종교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시가 중동문화원 폐지를 밀어붙인다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한 뒤 중동문화원을 폐쇄한다는 것은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