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낭비’ 눈총벗고 60억원대 지역명물로 우뚝
“황금박쥐가 진짜 황금이 됐네.”
전남 함평군이 순금으로 만든 황금박쥐 조형물(사진) 때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금값 폭등으로 제작 당시에 비해 값이 2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황금박쥐 조형물은 5월 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 때 일반에 공개됐다. 원형고리 안에 황금박쥐 4마리가 엇갈려 있고 중앙 상단에 대형 황금박쥐 1마리가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다.
제작을 맡은 홍익대 디자인공학연구소는 내구성을 고려해 순금 162kg에 은과 동을 12.5% 섞어 21K 합금으로 조형물을 만들었다.
황금박쥐 제작 당시에는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있었다. 2005년 1월 순금 매입 당시 3.75g(1돈)에 6만4000원으로 금 시세로 치면 27억 원이었다.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거액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10일 현재 순금 시세는 매입가 기준 3.75g에 14만8000원으로 3년여 전보다 2배 이상 올라 황금박쥐는 금값으로만 60억 원을 넘었다.
치솟은 몸값만큼 보안도 물샐틈없이 철저하다. 함평군은 방탄강화유리로 조형물을 둘러싼 뒤 미세한 진동에도 3중 차단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장치를 설치했다. 전시관 벽도 일반 건물보다 훨씬 두꺼운 50∼80cm나 된다.
10월에는 전시관이 닫힌 뒤 파리 한 마리가 돌아다니며 일으킨 작은 진동 때문에 보안업체에서 출동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함평군 관계자는 “금값이 오르면서 황금박쥐가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 됐다”며 “엑스포가 끝난 뒤에도 조형물을 보려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함평의 명물이 됐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