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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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리더십평가전문가 HBR에 논문
기업들 ‘혁신 중요성’ 공감 불구
대부분 기존 리더 양성 관행 답습
강력한 인재관리 프로세스 마련
조직 이끌 다양한 기회 제공해야
미국 애플사(社)의 향후 과제는 맥, 아이팟, 아이폰 등을 잇는 혁신 제품을 선보이는 일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있다. 애플의 혁신적 변화를 이끈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뒤를 잇는 차세대 혁신가를 찾는 일이다.
차세대 혁신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은 애플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지만 실제 대부분의 조직은 잠재 인재의 창의성을 짓밟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혁신가 육성에 성공한 기업은 강도 높은 인재 관리 프로세스를 만들어 예비 혁신가를 발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조언자 및 동료 네트워크를 마련해 잠재 인재의 혁신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헤드헌팅회사 ‘스펜서 스튜어트’의 리더십 평가 전문가인 제프리 콘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2월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들은 “잠재적 혁신가를 혁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조직 중간 부분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23호(12월 15일자)에 논문 전문을 번역해 소개한다.
○ 혁신 추구하지만 혁신 인재 육성에는 실패
최근 스펜서 스튜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 세계 대기업 중 3분의 2는 “혁신이 장기적 성공에 결정적 요소”라고 답했다.
하지만 논문 저자들이 지난 5년 동안 25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은 혁신보다 기존 관행을 답습하는 리더를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창의적인 잠재 인재가 승진을 위해 기존 리더의 방식을 그대로 본받고 있는 것.
또 혁신적인 외부 인사를 영입하더라도 이들의 역량을 억제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자들은 리더십 계발을 위해 구축한 기업의 리더십 역량 모형이 오히려 이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모형이 규정한 리더 유형이 기업문화에 스며들면서 조직원들이 익숙한 역량만을 기준으로 승진 대상을 정한다는 것. 이로 인해 기준에서 벗어나는 혁신 인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 혁신 인재 찾아서 실전 경쟁 경험하도록
차세대 혁신가 발굴 및 육성에 성공한 기업은 잠재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강력한 인재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4월 톰슨과 합병한 로이터는 직원의 혁신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예측지수’를 도입했다. 관리자가 부하 직원의 핵심 유인, 역량, 동기 등을 파악해 잠재적 혁신가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선정된 잠재적 혁신가는 외부 전문가와 일대일 면접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단점을 인지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 회사의 어맨더 웨스트 최고혁신책임자는 “자신의 취약점을 망설임 없이 설명하지 못하면 훌륭한 혁신가가 될 만한 자질이 부족하다는, 즉 스스로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예비 혁신가에게 다양한 조직을 이끌며 실제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를 제공하고 최고경영진과 접촉할 기회를 주는 것도 성공한 기업의 특징이다.
셰러턴호텔, W호텔 등을 보유한 세계적인 호텔체인기업 스타우드가 대표적이다. 스타우드는 잠재적 혁신가로 파악된 관리자에게 각 부서 인력을 차출해 새로운 팀을 구성하고 전략 목표 등을 설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고경영진에 프로젝트 상황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 조언자 및 동료 네트워크 구축해 혁신 지원
잠재 인재의 혁신을 적극 지원할 조언자 및 동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혁신가를 발굴하는 방법이다.
미국 보험사 올스테이트는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상품 출시를 주도한 잠재적 혁신가들이 상품 테스트, 보험 통계, 예산 제약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언자를 붙여줬다. 그리고 CEO가 혁신 인재들이 조언자에게 충분히 도움 받고 있는지 직접 관리했다.
저자들은 “조언자는 혁신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직구성원에게 선보이기 이전에 전문가들과 이를 실험해보고 고위 경영진의 의중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스타우드는 마케팅, 운영, 재무 분야 전문가뿐만 아니라 호텔에 고용된 예술가 사진가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협동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잠재적 혁신가로 인정받는 인재로 구성됐으며 CEO가 직접 관리한다. 이러한 동료 네트워크는 기업의 잠재적 혁신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조직 내 어떤 부분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언제 일을 추진할 수 있는지 등 매우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 혁신가를 조직 중간에 배치
저자들은 “예비 혁신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혁신가를 업무가 명확하고 전통적으로 수익을 내는 자리에서 빼내 공식적인 명칭조차 분명치 않은 조직의 중간 부분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의 중심이 되는 조직 중간 부분에서 일해야 조직구성원과 쉽게 접촉할 수 있고 더 많은 재량을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제품이나 아이디어, 인력 등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방법을 파악할 수 있다.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도 이점이다.
JP모건은 잠재적 혁신가들에 대한 승진 계획을 다양하게 세워 이들에게 적합한 자리가 없으면 과감히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제공한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미래 혁신가를 발굴하고도 이들을 기존 직책에 가둬두는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저자들은 “성공적 기업들은 혁신가를 일반적인 조직체계 밖에서 관리함으로써 이들에게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3호(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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