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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세일즈 레슨]선물은 ‘가격’보다 ‘정성’

입력 | 2008-12-13 02:58:00


‘희망 메시지’ 담으면 고객 감동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금융영업의 달인’으로 불리는 현병택 기은캐피탈 대표의 세일즈 노하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현 대표는 기업은행 30년간 영업 전문가로 활약했으며 40일 만에 1조5000억 원의 예금을 유치한 ‘중소기업 희망통장’ 등 히트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현 대표의 기고문 전문은 DBR 23호(12월 15일자)에 실려 있습니다.편집자주》

필자가 4년 전 기업은행 경인지역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일이다. 경인지역 한 지점에 근무하던 김모 계장은 ‘10억 원짜리 매니큐어’ 이야기로 유명해졌다. 평소 고객들에게 싹싹하기로 소문난 김 계장은 어느 날 수수한 옷차림의 할머니를 고객으로 맞았다.

김 계장은 할머니가 빨간색 매니큐어를 손톱에 칠한 것을 눈여겨봤다. 지점 근처 아파트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모든 것이 어색한 할머니에게 김 계장은 약도를 그려가며 주변 시설을 알려줬다. 그날 저녁 김 계장은 첫 거래 기념으로 할머니에게 줄 1000원짜리 매니큐어 3개를 준비했다.

다음 날 은행 창구를 찾은 할머니에게 김 계장은 선물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제 퇴근하다가 할머니 생각이 나서요. 요즘 유행하는 색깔이래요.” 다음 날 그 고객은 다른 은행에 넣어두었던 10억 원을 김 계장에게 선물(?)했다.

이처럼 정성이 담긴 선물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선물(present)’을 제대로 ‘전달(present)’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①선물은 가격보다 관심과 정성이 중요하다=김 계장의 선물에는 단돈 1000원으로 살 수 없는 특별한 ‘관심’과 ‘정성’이 들어가 있었다. 선물을 고를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다. 선물은 관심과 정성의 표현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자주 선물을 건네다 보면 고객이 어느새 마음을 터놓게 된다.

②선물에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라=외환위기 당시 필자는 분당지점장을 맡고 있었다. 경제위기로 의기소침해 있는 고객들을 위해 필자는 ‘비아그라’를 준비했다.

낯 뜨거운 선물이라 할 수도 있지만 당시 실의에 빠진 고객들에게 에너지와 활력을 주고 싶었다. 비아그라 절반을 청심환 캡슐에 담아 보기 좋게 포장한 후 이런 메시지도 덧붙였다. ‘당신의 힘찬 앞날을 위해 2분의 1을 준비했습니다. 나머지 2분의 1은 저희 기업은행에 힘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이 선물은 주로 기혼여성 고객들에게 전했다.

비아그라 선물을 받은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누구도 그 선물이 선정적이라 탓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간절했던 선물은 골프공이나 지갑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③응원은 고객을 춤추게 한다=응원의 선물을 보냈던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한다. 2004년 자금난으로 폐업 위기에 몰렸던 경기 화성의 A사. 전남 벌교 출신 사장과 고향 후배들이 창업한 이 회사는 ‘1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지만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겪다 조업 중단 사태까지 맞았다. 필자가 공장을 찾으니 예전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고생들 많으시죠?” 생뚱맞게 들어선 필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들을 향해 “자, 이리 와 한 잔씩들 합시다”라며 가져간 소주와 안줏거리를 풀어 놓았다.

어느새 조촐하게 차려진 테이블 주위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어? 잎새주네?” “그려? 우리 고향 소준디?” 필자가 그들에게 내민 것은 그냥 소주가 아니라 그들의 푸근한 고향이었다. 고향을 떠나오며 다짐했던 그 첫 마음처럼 지금의 위기가 그들을 집어삼키려 해도 용기를 잃지 말라는 나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들과 함께 목청껏 불렀던 ‘아빠의 청춘’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고객과 소주 한 잔 나눌 기회가 생기면 상대방 고향의 소주 브랜드를 반드시 알아두자. 당신과 고객의 거리가 훨씬 빨리 좁혀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A사는 이후 재기에 성공했다.

현병택 기은캐피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