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그린 공략 국내파 ‘엔고 보너스’에 싱글벙글
“한국에 돌아가 빨리 환전하고 싶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뛰고 있는 허석호(크리스탈밸리CC)는 지난달 더 챔피언십 바이 렉서스에서 우승한 뒤 이런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최근 ‘엔고(高) 현상’을 반영한 것이었다. 허석호는 우승 상금으로 4000만 엔을 받았는데 당시 환율로는 5억4000만 원이었다. 만약 환전을 한 달 정도 늦춰 12일에 했다면 앉은자리에서 6000만 원 불어난 6억 원 가까운 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엔화 강세 속에서 한국 골프계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허석호처럼 일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환율 보너스’에 표정 관리하느라 바쁘게 됐다. 허석호는 올 시즌 9800만 엔(약 13억8000만 원)을 챙겨 상금 랭킹 6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의 최강자였던 김경태(신한은행)는 올 시즌 JGTO에 처음 진출해 상금 48위에 머물렀지만 2200만 엔(3억4000만 원)가량을 벌었다. 이 정도 액수는 국내에서 상금 2위 정도에 해당된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는 이지희(진로재팬)가 상금 2위(1억1965만 엔)를 차지하며 18억4000만 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상금왕 신지애(7억6518만 원)보다 10억 원 이상 더 벌었다. JLPGA투어 상금 6위 전미정(9085만 엔)과 9위 임은아(7341만 엔)도 모두 10억 원 고지를 돌파했다.
반면 국내 일본 골프용품 수입업체는 한숨 소리가 깊어만 가고 있다. 경기 침체에 환율 폭등의 직격탄을 맞아서다. 올해 국내 시장 일본용품 점유율 1위인 A업체는 최근 많이 팔수록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업체의 주력 제품 드라이버는 원-엔 환율(100엔 기준)을 850∼900원 정도로 보고 소비자가격을 79만 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치솟아 클럽 가격을 100만 원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데도 판매 급감을 우려해 여전히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B업체는 한 달째 아예 일본에서 제품을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특이하게 원화 결제를 하고 있어 환차손을 우려한 일본 본사에서 수출을 중단시켰다.
던롭 마케팅팀 김세훈 팀장은 “달러화보다 엔화가 상승이 두드러져 타격이 심하다. 내년 시즌 신제품 가격도 어느 선에서 결정해야 할지 당분간 관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