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합격 두 학생의 필승 노하우
《내년 1월 3일 연세대 인문계 지원자를 시작으로 서울대와 고려대(인문계), 인하대와 일부 교대가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논술고사를 치른다. 이들 대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에겐 합격을 위한 막판 스퍼트가 시작된 셈이다. 정시논술을 잘 치러 올해 초 서울대에 합격한 이수영(19·건축학과) 씨와 고려대에 합격한 홍민주(20·교육학과·여) 씨. 정시 논술 공략법에 대해 그들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으므로 이젠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가려는 대학의 기출문제 풀이를 위주로 한 문제라도 끝까지 답안을 작성해 보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이 씨와 홍 씨가 제안하는 ‘논술 막판 3주 전략’을 소개한다.》
인문계 반복! 개요작성 → 첨삭지도 → 고쳐쓰기 연습
자연계 심화! 심도있는 문제풀며 이해력 키우기 훈련
▼인문계▼
개요+첨삭+다시쓰기의 ‘3단계 반복훈련’을
대학들이 입학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논술자료집은 그 대학의 논술 출제경향과 문제의 난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자료.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재수를 한 홍 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목표로 하는 대학들이 여는 입시설명회를 빠짐없이 찾아다니면서 논술시험에 관한 정보를 모아왔다. 그는 “입시설명회에는 답안지 채점자들이 직접 나와 출제될 논술문제의 유형이나 채점기준, 대학이 원하는 답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대학은 관련 내용을 입학처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씨는 대학의 채점기준과 주의사항을 일목요연한 표로 정리한 뒤 책상머리에 붙였다. 가고자 하는 대학이 올해 발표한 모의논술 및 논술 예시문항, 수시 논술고사 문제 등 기출문제를 연습 삼아 풀었다.
시험 3주 전부터는 글의 뼈대인 개요를 작성하는 훈련에 주력했다. 개요 없이 답안을 쓰다 보니 논지에서 벗어나거나 당초 의도했던 내용을 빠뜨리는 실수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먼저 교육방송(EBS) 논술교재와 언어영역 쓰기 부문에 출제된 문제들을 따로 모아 참고하면서 ‘문제제기-화제제시-현재 상황진단-자신의 주장-주장에 대한 구체적 근거’식으로 글의 설계도를 구성하는 연습을 했다. 문제를 읽자마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재빨리 적어 놓고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훈련도 병행했다.
홍 씨는 “가능한 한 많은 문제를 풀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한 문제라도 계획적으로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면서 “개요작성과 아이디어 메모를 함께 연습하면 일관성 있게 글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는 데 소비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답안을 작성한 뒤에는 가족, 학교 교사, 온라인 무료첨삭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반드시 3회 이상 첨삭지도를 받았다. 여러 사람에게서 첨삭을 받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나 관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 주말엔 첨삭 받은 내용을 종합해 모범답안을 만들었다. 또 자신만의 ‘논술파일’을 만들어 논제와 관련된 자료들을 종합정리한 뒤 반복해서 읽었다.
시험 2주 전부턴 취약한 문제유형을 집중 훈련했다. 홍 씨의 아킬레스건은 지문을 읽고 핵심어나 글의 중요 맥락을 찾는 요약형 문제. 홍 씨는 매일 신문 사설을 읽고 20분 내에 핵심어를 빠짐없이 찾는 연습을 하는 동시에 요약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이하는 온라인 강의를 반복해 들었다.
도표를 해석하는 문제를 풀 땐 ‘절대량’과 ‘비율’을 나타내는 단위들을 분명히 구분해서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시사 이슈 정리에도 투자했다. 쉬는 시간이나 식사 직전 같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신문을 꼼꼼히 읽고 정치, 경제, 법과 사회 등 사회탐구 영역과 관련된 사건과 정보를 따로 오려내어 교과서 해당 페이지에 붙이니 훌륭한 ‘논술 자료집’이 됐다.
시험 1주 전. 실전연습에 돌입했다. 기출문제 하나를 골라 시간 내에 분량에 맞춰 답안을 작성한 뒤 대학별로 홈페이지에 공개한 ‘잘못 쓴 답안’과 비교했다. 답안 중 감점될 수 있는 대목을 확인하고 새롭게 답안을 작성해 ‘잘 쓴 답안’과 비교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자연계▼
심화문제로 이해력을 키워라
자연계 정시논술에선 심도 있는 수학 과학 지식과 이론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이 씨는 대학 수준의 개념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첨삭지도를 받을 수 있는 논술전문학원을 이용했다.
시험 3주 전엔 전국 10여 개 대학의 기출문제와 교과서 심화문제를 풀면서 이해력을 키우는 연습에 주력했다. 이 씨는 “실전에서 처음 보는 개념이 등장할지라도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연습을 미리 해야 한다”면서 “기출문제를 풀 때 조급하게 해답지를 보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깊이 고민하며 풀이과정을 모색해가는 ‘감’을 익혀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씨는 하루 4시간 이상 학원 수업을 들으며 출제될 만한 수학 과학 이론을 정리하는 한편 기출문제를 풀면서 첨삭지도를 받았다. 주말엔 첨삭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더 자연스럽게 써보는 연습을 했다.
2주 전엔 목표 대학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문제유형을 익혔다. 자주 출제되는 유형은 노트를 따로 마련해 정리했다. 1주 전엔 제한시간 안에 문제를 풀며 답안을 쓰는 연습을 반복했다.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지 않은지, 맞춤법이 틀린 곳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이 씨는 “물리 생물 화학이 선택과목이었기 때문에 지구과학과 관련된 문제는 과감히 포기했다. 벼락치기로는 대비하기 어려운 문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취약 과목을 보충하려 하기보단 꾸준히 공부했던 과목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비법”이라며 “실전에서 10분 이상 고민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는 재빨리 넘어가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