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에는 지난 수년간 방치되다시피 한 쇼핑건물과 오피스텔이 적지 않다.
이 건물들이 외국인 자본에 의해 리모델링돼 ‘노보텔’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이나 쇼핑시설로 탈바꿈한다고 한다. 이런 대구 도심 건물 리모델링은 몇 가지 이유로 관심을 끈다.》
첫째, 자본의 운영자와 자본의 성격이 인상적이다. 보통의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다는 프랑스인 피에트로 도란 씨. 그는 한때 모건스탠리에서 부동산 일을 하다 독립해 지금은 독자적인 역외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부동산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둬온 그가 요즘 같은 불황기에도 성공 이력을 이어갈지가 관심을 끈다. 또 이번 대구 노보텔에 투자한 자본은 전부 외국인이다.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한 세계적인 호텔은 많았지만 대부분 호텔을 위탁받아 경영하는 형태였지 직접 자본을 투자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둘째, 대구에 국제 수준의 호텔이 들어섬으로써 나타날 파급 효과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필자는 지난 수십년간 대구, 부산, 울산 지역에 공무 또는 사적인 일로 여행했지만 대구에서 숙박을 한 적은 없다. 일은 대구에서 보기도 했지만 숙박은 경주나 부산에서 했던 것이다.
노보텔 예비 오프닝 만찬에 참석한 김범일 대구시장은 도심 상주인구가 감소하고 도시 주변에 인구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도넛 현상’으로 텅 빈 대구 중심에 노보텔 호텔과 수준급 쇼핑시설이 생겨 도심 재개발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뻐했다. 맞는 말이다. 사람 사는 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시설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어느 도시나 사람을 끌어들일 매력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고, 그 기본은 맛있는 음식점과 관광객이 선호하는 수준급 호텔이다.
필자는 과거 주말이 되면 경기 광주시에 자주 갔다. 하지만 오랫동안 단골로 다니던 장어집이 문을 닫으면서 발길이 뜸해졌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교통이나 경관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값에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음식점과 편한 숙박시설도 매우 중요하다.
청계천과 더불어 서울숲은 서울의 자랑거리다. 옛 경마장과 9홀 골프장이 있던 장소고 조경도 잘돼 있다. 접근에 불편한 점이 약간 있지만 넓은 풀밭에 방목되고 있는 사슴을 볼 수 있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휴식처다. 그러나 아쉽게도 매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은 있지만 고급 레스토랑은 없다. 멋진 분수와 환상적인 숲에 어울릴 만한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다면 젊은 남녀의 데이트 장소로도 손꼽히는 곳이 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관공서 건물이나 은행이 들어오면 그 동네 부동산 값에 긍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요즈음은 고급 호텔, 맛있는 음식점, 편리한 쇼핑몰 등이 부동산 경기를 견인하는 ‘앵커(anchor)’ 역할을 한다. 대구에 들어서는 노보텔이 대구 경기의 앵커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방주 부동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