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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조용한 송년회… 속타는 외식업체

입력 | 2008-12-15 03:01:00


‘낭비’거품 제거 기회되지만

한편으론 내수경기 더 침체

“불황이라더니 택시 잡기가 너무 힘드네요.”(대기업 직원)

“금요일 저녁에만 반짝하는 겁니다. 손님이 없어 죽겠어요.”(택시 운전사)

12일 서울 강남 지역에서 부서 송년회를 가졌던 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택시가 잘 안 잡히거나 손님이 많은 식당에 앉아 있으면 ‘불황 맞아?’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택시 운전사들이 느끼는 ‘체감 송년회 불경기’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주요 기업은 재미만 좇는 송년회 대신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펴며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포스코 임직원 100여 명은 주말인 13일 서울 동작구 청운종합복지원 노인복지센터에서 사랑의 트리 만들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포스코는 최근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20kg짜리 쌀 463포대를 경북 포항, 전남 광양 지역의 무료 급식소 등에 전달했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송년회를 이웃돕기 활동으로 대체했습니다. 4억3000만 원 상당의 ‘사랑의 쌀’ 1만 포대를 전국의 불우한 이웃 1만 가구에 지원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초청 자선음악회로 송년회를 대신했습니다.

삼성 등 다른 주요 그룹도 ‘흥청망청 송년회’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일부 대기업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송년회용 회식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 이런 ‘조용한 송년회’가 반갑지 않은 곳도 있겠지요. 대형 외식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지역 체인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12월 매출이 예년보다 30∼40% 줄었다고 하네요.

연말이면 발에 치이던 달력도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동아 한미 대웅제약 같은 상위권 제약사들이 달력 제작 물량을 20∼60% 줄여 그렇게 흔하던 ‘약국 달력’조차 공급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하네요. 이 때문에 인쇄 업체들은 ‘불황 속 불황’을 겪고 있고요.

불황은 분명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였던 ‘낭비의 거품’을 걷어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생존과 위기 극복을 위한 기초 처방입니다. 그렇다고 모두 지갑을 닫아 버리면 내수 경기가 더욱 침체에 빠져 불황 극복의 속도도 더디게 될 것입니다. ‘낭비’는 걷어내되 ‘소비’는 살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부형권 산업부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