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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홍문표 “구조조정엔 노사 ‘고통분담’ 공감 앞서야”

입력 | 2008-12-15 03:01:00


‘공기업 좋은 모델’ 대통령 칭찬받은 농촌公 홍문표 사장

“‘어디어디도 구조조정을 했다더라, 그러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논리로는 어렵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임직원들과 토론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론은 ‘고통 분담’이 돼야 조직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습니다.”

홍문표(사진) 한국농촌공사 사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다른 공기업에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충고할 처지는 아니지만…”이라며 머뭇거리다 이렇게 말했다.

농촌공사는 지난달 정원(5912명)의 15%인 844명을 줄이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임직원들이 올해 임금 인상분과 간부직 급여 일부를 반납해 퇴직자 위로금으로 쓰겠다고 한 것도 화제가 됐다.

“가만히 있으면 월급이 나오는데 공기업에서 무슨 노력을 하겠습니까. 사명감이 생길 리 없고 근성도 사라졌죠.”

경기 의왕시 농촌공사 사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홍 사장은 공기업들의 전반적인 무사안일 태도를 질책했다. 농촌공사에 대해서도 “정부가 예산을 주면 그만큼만 일하고 돈이 모자라면 갖고 있던 땅을 팔아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10년 이상 유지해 왔다”며 “그런 방식으로 계속 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 간부들에게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농촌공사보다 어딜 봐도 형편이 나은데 정부가 그 두 곳을 합치려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 우리가 그보다 앞서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라고 했어요. 그분들도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를 이룬 뒤에는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인 ‘경영선진화 기획단’에 노조 대표를 참여시켰고, 노사 간에 끝까지 각론이 엇갈린 부분에 대해서는 사내(社內) 여론조사도 거쳤다.

홍 사장은 “9월 취임한 뒤로 노조위원장과 집행부 간부들을 30번 넘게 만났다”며 “정치권에 있을 때에도 이렇게 정성을 기울여 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군 출신으로 한나라당 사무부총장과 17대 의원을 지낸 그는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위원을 지냈다. 올해 61세.

“공공부문 개혁에 대해서는 정부가 모범을 보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행정부가 구조조정을 한다면 공기업들이야 무조건 따라가지 않겠습니까.”

홍 사장은 농촌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수지 3300여 곳 주변을 휴양단지로 개발해 연간 1500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이를 농어촌에 재투자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의왕=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