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 열린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가 잘 끝났다. 관중의 열광적 모습에 참가한 선수들도 놀랐고 외국 관중과 취재진도 놀랐다.
딸과 함께 10여 년 외국에서 열린 국제대회를 두루 다녔던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50) 씨가 “세계 어떤 대회에서도 이 같은 열정적인 분위기를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남녀 싱글의 경우 경기장은 흡사 록 콘서트장 같았다. 연기 시작 전엔 엄청난 환호성, 연기 중간엔 열렬한 박수로 분위기를 띄웠고 연기가 끝나면 꽃과 동물인형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특히 김연아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다. 대회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연기가 끝난 뒤 빙판 위로 쏟아진 동물인형은 550여 개, 꽃다발은 500여 개였다. 프리스케이팅 때는 1.5배나 됐다.
외국 선수들도 ‘키스 앤드 크라이 존’에서 “감사합니다” 같은 한국말로 호응했다.
오랫동안 피겨스케이팅의 변방이었던 한국의 피겨 팬 문화는 김연아와 함께 최근 급속도로 성장했다. 김연아의 ‘광팬’들은 외국 방송의 중계까지 자막을 넣어 공유하고 김연아 출전 국제대회에 원정 응원단을 조직하며 피겨 전문기술을 영상 분석한다.
이들은 국내에선 생소했던 ‘피겨의 세계’를 홍보하는 전위대이며 그랑프리 파이널을 국내에 유치하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도운 주역이다.
하지만 아직 2% 부족하다. 이번 대회 남자 싱글 선수들의 인기는 연기 수준보다는 얼굴 잘생긴 순이었다. 열화와 같은 응원이 ‘선’을 넘어 선수의 집중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김연아 팬’들은 다른 의견을 무조건 배척하고 비난하는 폐쇄적인 모습도 보인다. 지킬 것은 지키고 다른 의견도 포용할 줄 아는 좀 더 성숙한 팬 문화를 기대해 본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