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통영 남해 구미 의회 등 관련예산 반납 잇따라
축제 백지화… 상금 기부… 자치단체-민간도 힘 보태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 않겠습니까.”
올해 해외연수비로 책정된 3000여만 원을 최근 반납하기로 결정한 구상식 경남 통영시의회 의장은 14일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과 마음을 함께하고, 의원들 스스로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에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국경제에도 먹구름이 닥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해외여행 및 낭비성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절감 금액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지 않지만, 시기와 관계없이 앞 다퉈 ‘관광성 외유’에 나섰던 관행에 비추면 긍정적인 변화다.
▽올해 예산 ‘반납’, 내년 예산 ‘감축’=경남도의회 운영위원회는 최근 의회 사무처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의원 국외여비 1억2750만 원 가운데 20%인 2550만 원을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백승원 운영위원장은 “경제난국 타개에 동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예산은 사회복지분야에 얹어 사용하게 된다.
경남 함양군의회도 내년 의원 해외연수경비, 차량비 등 8000만 원 가까운 예산을 감축하기로 했다.
사천시, 통영시, 남해군 등의 의회도 해외연수 계획을 취소하고 고통분담에 동참하고 있다.
통영시의회는 5일 의원 간담회에서 올해 의원 해외연수경비인 3181만8000원 전액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절감 예산은 노인복지시설 에너지보조금으로 지원된다.
남해군의회도 연말 유럽으로 나가려던 연수 계획을 취소하고, 이 경비와 자매결연도시 교류행사비 등 모두 4100만 원을 경로당 유류대로 돌렸다. 사천시의회는 10월 유럽 3개국 연수계획을 취소하고, 연수예산으로 짜여있던 2300만 원의 활용방안을 모색 중이다.
경북 구미시의회는 10일 올해 해외연수 예산 4000만 원 가운데 남아 있는 1750만 원을 구미시장학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황경환 의장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구미공단도 타격을 받고 있어 의회도 어려움을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송군의회는 10월 동남아 자매도시 방문을 포기하고 비용 212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놨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도 동참=경북 칠곡군 공무원노동조합은 최근 열린 정기총회에서 내년 조합원 해외 배낭여행 예산 1억500만 원 전액을 반납하기로 했다. 칠곡군은 이 예산을 주민복지 분야에 쓸 방침이다.
경남 창원시는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이달 초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시청 앞 광장에서 열 예정이던 ‘루미나리에 빛 축제’를 백지화하고 그 비용을 모두 지역경제 살리기에 쓰기로 했다. 빛 축제는 지난 2년간 열렸다.
울산시청 공무원들은 승진 축하난을 판 수익금 540만 원을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했다.
지난달에는 ‘2008 경북농정대상’을 받은 이완기 씨 등 수상자 11명이 부상으로 주어진 유럽 선진농업국가 연수를 포기하고 비용 4000만 원을 김관용 도지사에게 전달했다.
시민단체인 ‘마산 창원 진해참여자치시민연대’ 조유묵 사무처장은 “지방의원들이 주민과 고통을 같이하려는 취지는 높이 평가한다”며 “다만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위축되거나 해외연수가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