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더 나이 얘기 꺼내기만 해봐. 집으로 보내버릴 테니까.”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14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벌어진 LIG손해보험과의 2라운드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삼성의 노쇠화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1라운드 부진의 원인으로 자꾸 지적되는 통에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게 느슨해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
신 감독은 “경기 도중 뜻대로 플레이가 안 될 때 ‘그래 난 나이 먹었으니 어쩔 수 없어’라고 생각하다보면 한도 끝도 없고 결국 팀이 무너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의 호통에 선수들이 정신을 바짝 차린 것일까. 10일 홈에서 1라운드 전승팀 대한항공에 3-0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던 삼성은 이날 LIG마저 세트스코어 3-0(29-27 25-20 25-19)으로 완파하고 3위(4승3패)를 마크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1세트 15-17로 뒤진 상황에서 고희진의 연속 블로킹에 힘입어 17-17 동점을 만든 뒤 듀스 접전 끝에 29-27로 이겼다.
경기 흐름이 삼성 쪽으로 넘어오자 ‘주포’ 안젤코가 살아났다. 안젤코는 1세트에서 33.33%의 낮은 공격성공률에 그쳤으나 2세트부터 연이어 고공 강타를 성공, 이날 22득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삼성은 이후에도 서브 리시브 불안과 잦은 공격 범실을 보인 상대 약점을 적절하게 공략하며 이렇다할 위기 없이 2,3세트를 모두 따냈다.
1라운드에서 부진했던 삼성이 2라운드 들어 달라진 원인이 신 감독의 호통 한 마디 때문만은 아닐 터. 신 감독은 대한항공전에서 맹활약한 이형두 대신 이날 장병철을 중용했다.
오른쪽 발목 수술을 받은 후 통증 때문에 그 동안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했던 장병철은 지난주 담당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한 경기 한 경기 제대로 하다가 선수생활을 마치나 1라운드처럼 그럭저럭 하는 시늉만 하다가 올 시즌을 마감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기로 했다.”
이를 간파한 신 감독은 주전으로 기용했고, 장병철은 이날 13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또한, 신 감독은 1라운드 후 선수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필요하다 싶은 의견은 주저 없이 반영했다.
장병철은 “감독님이 워낙 카리스마 넘치시지만 선수들의 말에도 종종 귀를 기울여 주신다. 누가 옳든 그르든 개의치 말고 팀이 잘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감독님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천안 홈경기에서 신협 상무를 세트스코어 3-0으로 누르고 6승1패를 마크했고, 여자부 KT&G도 도로공사를 3-0으로 물리쳤다.
구미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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