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자료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15일 온라인 입시상담업체 G사 직원으로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의 e메일에 접속해 자료를 빼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이 직원이 다른 관련자들과 사전 공모했는지, 다른 경로로 유출됐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숫자영문 조합해 비밀번호 맞췄다"
경찰에 따르면 G사 입시팀장 김모 씨는 8일경 평가원 수능운영부 직원의 인트라넷 메일 주소에 들어가 언론에 공개하기 위해 미리 작성해놓은 보도자료를 몰래 빼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평가원 직원의 아이디를 확인한 뒤 홈페이지에 나온 인트라넷에서 숫자 영문을 조합해 비밀번호를 맞췄다"며 "평가원 직원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로또복권을 살 때 항상 쓰는 5자리 숫자와 마지막 한자리를 더해 비밀번호로 입력했더니 신기하게도 열려 나도 깜짝 놀랐다"며 "경찰이 내 진술을 믿지 않아 경찰이 보는 앞에서 시범을 보였고 경찰도 놀라워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빼낸 수능 분석자료를 곧바로 다른 입시상담업체 K사 관계자에게 전달했고 이 관계자는 K사 출신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비상에듀 진모 이사에게 자료를 넘겼다. 이후 자료를 받은 진 이사가 홍보대행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자료를 넘겼다는 것.
●경찰, 진술 신빙성 낮아 공모자 파악에 주력
그러나 경찰은 김 씨가 평가원 직원의 비밀번호를 임의로 맞춰서 인트라넷에 접속했다는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입수한 증거 자료와 비교해 봤을 때 김 씨 진술이 거짓일 수 있다"며 "관련자와 사전 공모해 수시로 e메일에 드나들었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자료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 등 관련자들을 출국금지했으며 금품이 오간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입수했다 주장…커지는 의혹
한편 학원가에서는 진 이사 등 관련자들이 각각 학교 등 다른 경로를 통해서 수능 성적 자료를 입수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동안 시교육청이나 학교를 통해 수능자료가 유출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조사된 바 없다"며 "앞으로 진행될 관련자들 조사에서 확인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비상에듀는 올해 치러진 수능시험의 영역별 평균과 표준편차, 표준점수 최고점 등 성적관련 정보가 담긴 '2009학년도 수능성적 결과 분석'을 수능 성적발표 전날인 9일 배포해 파문을 일으켰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0일 수능 성적 유출 경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