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 예측 힘들어… M&A 성공 가능성-기업 가치 따져야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시장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 시도가 늘고 있다. 대상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만큼 공개매수에 드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공개매수는 장외(場外)에서 현재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것이므로 그만큼 M&A 대상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또 M&A를 당하는 기업은 통상 경영진 교체와 주주가치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M&A 관련주라는 이유로 무작정 투자에 나서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건설업체 라파도이엔씨는 5일 건설 중장비 수입업체인 혜인의 주식 130만 주를 주당 8000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라파도이엔씨는 공개매수 목적에 대해 “혜인이 풍부한 현금 여력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보수적 경영으로 일관해 성장, 발전의 기회를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공개매수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혜인의 주가는 상한가를 치며 7360원까지 올랐고 다음 날도 3%가량 추가 상승했다. 그러나 혜인은 9일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5일 6000원까지 추락했다. 이는 공개매수 직전인 4일의 주가(6400원)보다도 낮은 것이다.
은산토건도 지난달 말 태원물산의 주식 19만8000주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태원물산의 주가는 최근까지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지만 15일 현재 2만75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3만5000원)에 미치지 못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휴람알앤씨도 한 개인투자자에 의해 적대적 M&A 위기에 놓이며 주가가 2주일 이상 치솟았지만 최근 경영권 분쟁이 종료되면서 15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M&A 관련주는 급등세가 급락세로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추격매수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공개매수가 중간에 취소되거나 아예 적대적 M&A 시도가 무산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와 공개매수 가격을 비교해보는 것은 물론이고 M&A 성공 가능성과 대상 회사의 기업가치 등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M&A는 주식의 본질가치와 상관없이 경영권을 주고받는 게임”이라며 “시세가 화려한 만큼 관심 있게 봐야 하지만 기업 내부정보가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고점에 들어갔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