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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盜神’ 핑크 팬더

입력 | 2008-12-16 02:59:00


옛유고 군인 출신 중심 200명 소속

2003년 이후 1억3200만달러 훔쳐

전세계 유명 보석점-인터폴 초비상

세계적 명품가게들이 즐비한 프랑스 파리의 몽테뉴 거리에 어둠이 내리던 4일 오후 5시 30분경. 선글라스를 끼고 금발 가발을 쓴 여장 남성 세 명이 우아한 모습으로 고급 보석전문점 ‘해리 윈스턴’ 매장에 들어섰다.

이어 밖에 서 있던 한 남성이 이들에게 가방을 건넸다. 그 안에는 수류탄과 권총이 들어 있었다. 이들은 15분 동안 1억500만 달러(약 1430억 원) 상당의 초대형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진귀한 보석들을 훔쳐 달아났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이들이 세계적인 보석 절도단체인 ‘핑크 팬더(Pink Panthers·분홍 표범이라는 뜻)’ 소속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핑크 팬더 절도범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보석들을 훔치고 있어 인터폴과 각국 수사당국, 유명 보석전문점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핑크 팬더에는 옛 유고슬라비아 군인 출신들을 중심으로 현재 약 200명이 소속돼 있으며, 2003년부터 활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프랑스 일본 아랍에미리트 스위스 독일 모나코 등지에서 1억320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훔친 것으로 인터폴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와피시티 쇼핑몰에서는 핑크 팬더들이 차를 몰아 보석전문점을 뚫고 들어간 뒤 340만 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훔쳐갔다. 2004년에는 채 3분도 안 되는 동안 일본 도쿄의 긴자 거리에 있는 보석상을 털어 3800만 달러 상당의 노란색 다이아몬드 등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졌다.

핑크 팬더는 원래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이 1963년 제작한 다이아몬드 절도범과 수사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이름이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대담하고 신속한 수법으로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뜻에서 절도범들에게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