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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라크 깜짝 방문…‘작별 선물’은 신발짝?

입력 | 2008-12-16 02:59:00


부시, 퇴임 36일 남기고 이라크 깜짝 방문…‘작별 선물’은 신발짝?

“이라크인이 주는 작별 키스다”

현지기자 회견도중 집어던져

부시 상체숙여 가까스로 피해

아랍인들 “그 기자는 우리 영웅”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기자회견 도중 이라크인 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을 뻔한 상황이 발생했다.

퇴임을 36일 남긴 14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함께 바그다드 시내 그린존(특별경비구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에서의 투쟁은 미국의 안보, 이라크의 안정,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필요했다. 아직 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감사드린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때 나란히 선 두 정상으로부터 360cm가량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한 기자가 “이라크인이 주는 선물이다. 작별 키스다, 이 개야(you dog)”라고 외치며 신발을 집어던졌다.

부시 대통령은 재빨리 상체를 숙였고 신발은 간발의 차로 비껴갔다. CNN은 나중에 “대통령이 고양이처럼 민첩한 순발력을 보였다”고 촌평했다.

그 기자는 이어 “이것은 이라크에서 죽은 이들의 부인과 고아들이 주는 거다”라며 또 신발을 던졌다. 당황한 알말리키 총리가 손을 뻗었고 신발은 다시 비껴갔다.

곧바로 이라크 경호원들이 기자를 덮쳐 끌고 나갔다.

부시 대통령은 잠시 후 “내가 사실 확인을 해줄 수 있는 건 신발 크기가 10인치였다는 것밖에 없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뒤 “다 민주주의의 신호다. 자유세계에선 관심을 끌려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발을 던지는 것은 이라크에서 심한 경멸감의 표시다. 2003년 미군 침공 직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뜨린 이라크인들은 동상을 신발로 때렸다.

신발을 던진 기자는 이라크 독립 방송사인 알 바그다디야의 문타다르 알자이디(28) 씨로 밝혀졌다. 그는 평소에도 기사 말미에 ‘점령당한 바그다드에서 전한다’는 말을 덧붙이곤 했다. 지난해 시아파 무장세력에 납치당했다 풀려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 바그다디야 방송사는 알자이디 기자의 석방을 요구했다.

AP통신은 알자이디 기자가 아랍권에 일약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요르단 기업인 사메르 타발라트(42) 씨는 “그는 진정한 남자”라며 “아랍 지도자가 못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후세인 대통령의 수석 변호사였던 카릴 알둘라이미 씨 역시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15일 이라크를 떠나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