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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농사일, 과학적 도구로 해야 덜 힘들죠”

입력 | 2008-12-16 06:32:00


“여기서 아이디어들이 꿈틀꿈틀합니다. ‘먹이 주고 잘 키워서’ 특허까지 연결하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과 다름없죠.”

경북도 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에서 일하는 류정기(42) 농업연구사는 15일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 있는 ‘아이디어 메모용’ 수첩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수첩에는 생각날 때마다 메모한 각종 아이디어가 적혀 있다. 대부분이 농업 관련 아이디어다.

류 연구사는 또 허리에 디지털 카메라를 차고 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메모를 한 뒤 필요할 경우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경북도에서 ‘특허 발명품 기술 이전료’로 34만 원을 받았다. 그가 2006년 특허를 받은 가지치기용 가위칼이 산업화로 연결된 것이다.

그는 “경북 의성에서 상황버섯 농사를 조금 짓는 아버님이 전지가위를 사용하시는 것을 보다가 ‘좀 더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이 가위칼은 기존 가윗날의 반대쪽을 갈아서 칼날을 세운 것이다. 얼핏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위와 칼을 번갈아 사용하는 불편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 북구 검단공단 내 ㈜대구화신금속공업 측은 이 가위칼 기술을 샀다. 검증을 해보니 1억 원가량의 시설 투자를 해 제품으로 만들어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사는 가위칼이 가지를 잡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더한 ‘미끄럼 방지용 가위칼’을 특허 출원한 상태다. 특허를 받거나 출원 중이어야 일본산이나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점령을 막을 수 있기 때문. 아이디어가 특허를 거쳐 산업화로 이어지는 데는 4, 5년 정도 걸린다.

류 연구사가 10년 동안 특허를 취득하거나 출원 중인 발명품은 모두 10여 건. 올해 여름 경북 북부지역에 쏟아진 우박 피해를 살펴보다 모기장을 이용한 우박피해 방지장치를 고안해 10월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농사를 주로 노인들이 짓기 때문에 힘을 덜 들이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장치나 도구 개발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기술이 기업 등으로 이전된 △음식물 쓰레기의 친환경적 처리(보건환경연구원 손창규) △콜레스테롤이 낮은 청색 계란(축산기술연구소 김병기) △볍씨의 싹이 잘 나오도록 유도하는 장치(농업기술원 최기연) 등 총 4건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직무에 따른 발명이기 때문에 특허의 권리는 경북지사에게 돌아가 각각 개인 보상금 30만∼70만 원이 지급됐다. 4건의 기술 이전료로 경북도는 900만 원을 받았다.

경북도 장은재 미래전략산업과장은 “직원들의 직무 발명을 권장하기 위해 내년부터 특허를 출원하기까지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특허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기업에 넘겨 생산을 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최대한 빨리 특허법으로 보호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