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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유족, 노 전 대통령 소송 검토

입력 | 2008-12-16 14:24:00


“법적 조치까지 검토할 겁니다. 민·형사 소송도 고려하고 있어요. 진실을 밝히는 게 돌아가신 남편과 저희 가족들의 억울함을 달래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우리는 숨만 쉬고 살아왔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한강에 투신자살했던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인의 부인 김선옥씨와 동생 등 유족들은 1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근거 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남 전 사장을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남 전 사장은 지난 2004년 노건평씨에게 대우건설 사장의 연임을 부탁하며 3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인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해 3월 10일 노씨를 불구속 기속했다.

이튿날 오전 10시 노 전 대통령은 TV로 생중계 되는 기자회견에서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한 분들이 시골에 있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는 자신의 형을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노인”이라고 표현했다.

이 기자회견 직후 남 전 사장은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의 회견이 있다고 해서 남편과 저는 그걸 서서 봤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어떻게 저렇게 회사 살리려고 노력했던 사람이 저런 대대적인 망신을 당하느냐고 생각했지요. 남편은 그 길로 나갔어요. 점심 때라 식사하고 나가시라고 하니까 우리끼리 먹으라고 하고 그냥 나갔어요. 얼마 뒤 용산경찰서에서 집으로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교통사고가 났나 하고 생각했는데, 투신했다는 거예요. 그때 저는 소리만 질렀어요. 저녁에 임원분들이 집에 와서 '사실이 아니다. 김해 간 일도 없고, 돈을 전해준 일도 없고, 절대 아니다'고 계속 말했어요. 그러니 너무 억울하죠, 억울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또 “남편은 연임 청탁이나 그런 걸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노건평씨)한테 '이번에 사장 임기 다 되어가는데, 다시 사장 시켜주세요'라고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돈을 준 것도 대우건설을 끌어들이려 했던 다른 사람들이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며 남편이 노건평씨에게 직접 돈을 건넨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노건평씨가 최근 비리혐의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남 전사장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것이 몹시 힘들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고소해서 남편이 살아온다면 벌써 고소를 했겠지요. 그게 아니니까 덮어가려고 했는데, 이번에 기사가 또 뜨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냥 신문 읽고 넘어가면 되지만, 우리 가슴은 후벼 파지는 것 같아요”라고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