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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인사들 의심없이 투자…‘폰지사기’ 어떻게 가능했나

입력 | 2008-12-16 16:07:00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버나드 매도프(70)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의 폰지 사기(Ponzi Sceme)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매도프가 극소수 상류층 내부에서 수십 년간 신뢰를 쌓아온 데다 부와 명예를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라고 16일 보도했다.

'폰지 사기'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수법이다.

매도프가 자신의 증권사인 '버나드 매도프 LLC'를 운영하면서 헤지펀드 투자자들을 모집했고 이번 사기사건의 피해 규모는 최소 5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번 사기에 휘말린 주요 피해자들은 매도프가 살던 팜비치의 주민들.

누가 이사오느냐, 누가 디너파티에 초대되는가가 곧 사회적 지위로 연결되는 최상류층 동네였던 팜비치가 발칵 뒤집어졌다.

매도프는 1996년부터 연회비가 25만 달러에 이르고 까다로운 가입조건으로 유명한 팜비치 컨트리 클럽 회원이었다. 이 클럽 회원 300명 중 3분의 1 가량이 매도프나 친분이 있는 다른 회원의 추천을 받고 '버나드 매도프 LLC'에 투자했다.

매년 11~13%씩 꼬박꼬박 올라가는 수익률에 지인들의 추천이 적극적이었던 것. 피해를 본 투자자 중에는 수십 년 동안 대를 이어 매도프에 투자를 해 온 경우도 있었다. 팜비치 클럽 근처 보카리오 골프 클럽 주민들도 4만 달러부터 100만 달러에 이르는 원금을 까먹었다.

부유한 은퇴자 마을인 팜비치의 주민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이런 재정적 어려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40억 달러가 넘는 콘도미니엄은 이미 매물로 나왔고 서로 앞다퉈 매물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애완견 산책도우미, 정원사 등 고용인들은 벌써부터 해고당할까봐 걱정할 정도다.

매도프는 최상류층 동네인 팜비치 해안가 맨션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도 600만 달러에 달하는 집이 있다. 롱비치에 주말 별장으로 이용하던 집도 있다.

호프스트라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롱아일랜드의 구조대원으로 일하며 모은 5000달러(약 676만 원)를 종잣돈으로 월가의 신화가 되었다. 온라인 주식거래의 개척자로 명성을 쌓았고 결국 나스닥증권거래소위원장까지 올랐다.

매도프에 투자한 자선단체들이 손실을 입은 것은 또 하나의 비극이다. 브랜다이즈 대학, 뉴욕 공공극장, 북미 유태계교육기관 등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자선단체나 대학도 이번 사기에 휘말렸다.

꾸준한 수익률과 불투명한 회계 등 이번 사기극에 대한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2001년 매도프의 놀랄만한 투자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가 나간 적도 있었고 2005년과 2007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직접 조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그의 비리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