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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실]‘재능 주식’ 발행해 등록금 조달한 학생

입력 | 2008-12-17 03:06:00


몇 년 전 영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캐럴라인 일레너라는 한 배우 지망생이 런던의 어느 명문 연극학교에 합격했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1만 파운드의 등록금을 마련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고민을 하던 끝에 주위의 유명인사들에게 학비 지원을 부탁하는 편지를 수십 통 보냈지만 별다른 호응이 없었습니다. 입학을 포기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던 그에게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회사를 설립해 등록금을 조달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를 어떻게 만드는데요?”

“우선 회사 이름을 지어야지. 네 이름을 따서 주식회사 캐럴라인 일레너라고 하는 게 좋겠다. 그 다음엔 주식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면 되지.”

“주식이 뭔데요?”

“그건 ‘당신이 이 회사의 주인입니다’라는 증서야. 100파운드짜리 주식 100주를 발행하면 돼. 그렇게 되면 1만 파운드를 조달할 수 있으니까.”

그는 조언을 받아들여 회사를 설립하고 액면가 100파운드짜리 주식 100주를 발행했습니다. 투자제안서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제안서의 제목은 ‘재능주에 투자하세요’였습니다.

“저의 재능이 꽃을 피워 일류 배우가 될 때 저의 수입은 회사의 수입이 됩니다. 배우로서 제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액면 100파운드의 주식은 몇 배, 몇십 배까지도 오를 수 있습니다. 배우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제가 고등학교 시절 연극 경연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연극학교 합격증이 보장합니다. 저의 재능을 믿고 투자해 주세요.”

그는 투자제안서에 경연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연극학교 합격증 사본을 첨부해 투자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돌렸습니다. 뮤지컬 작곡가, 드라마 작가, 영화배우 등 여러 사람이 이 제안서를 보고 수십 주씩 투자를 해줬고 발행주식 100주가 모두 팔렸습니다. 이렇게 조달된 1만 파운드로 그녀는 무사히 연극학교를 졸업하고 무대 데뷔에도 성공했답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캐럴라인 일레너의 재능주에 투자한 걸까요? 우선 그녀의 재능이 꽃 피우기를 응원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또 그녀가 배우로 성공하면 큰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겁니다.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 같은 회사들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재능주’와 ‘하이테크주’라는 이름의 차이겠죠.

이 이야기는 투자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미래에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금조달 방법으로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 창 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정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