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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좌파 정부 10년, 남북협력기금 펑펑 써 뭘 남겼나

입력 | 2008-12-17 03:06:00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운영 17년 만에 처음으로 백서를 내고 집행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김대중(DJ)-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기금의 부당 사용을 방관했고, 대북 지원물자의 전용 여부를 투명하게 감시하지 못하는 등 허점이 많았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기금 운용의 불합리와 비효율을 고백한 것은 다행이다. 통일부가 좀 더 일찍 이런 백서를 냈더라면 그동안의 대북 퍼주기도 덜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다.

남북협력기금은 지금까지 9조3225억 원이 조성돼 8조2267억 원이 집행됐다. 우리에게도 큰돈이지만 국민총소득이 남한의 35분의 1에 불과한 북한엔 천문학적인 돈이다. 투명하게 잘 쓰였더라면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한의 경제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런 기금이 잘못 쓰였다니 어려운 형편에서도 꼬박꼬박 세금 낸 국민만 분통이 터진다.

DJ-노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함부로 쓴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1조4392억 원이 투입된 경제협력 지원 분야의 실책(失策)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드러났지만 백두산 삼지연 공항의 활주로 건설의 경우, 1차로 49억여 원을 지원받은 북한이 부실공사를 이유로 다시 43억 원을 요청하자 우리 측은 정확한 경위를 따져보지도 않고 그 돈을 줬다. 북한은 이 가운데 20억 원을 무단 전용했다.

DJ-노 정부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남북협력기금 사업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며 일축했다. 그러니 북한이 남북협력기금이 마치 제 돈이라도 되는 양 시도 때도 없이 내놓으라고 할밖에. 그렇게 줘서 얻은 게 뭔가. DJ는 어제 노벨평화상 수상 8주년 기념 강연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라고 했지만 우리가 보기엔 북의 핵무기와 미사일뿐이다.

그것도 부족해 DJ와 노 전 대통령은 요즘 수조 원이 들어갈 10·4 정상선언을 이행하라고 이명박 정부를 다그치고 있다. 그토록 퍼줬지만 북한의 개혁 개방에 진전이 있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그런데도 무조건 수조 원을 또 퍼줘야 하는가. 정부는 차제에 남북협력기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확실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멋대로 북에 집어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