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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배우’ 박광정, 천상으로…주연보다 더 빛난 조연을 잃다

입력 | 2008-12-17 07:42:00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고 섰을 때 가장 아름다운 배우였다.”

배우 권해효는 동료이자 그가 친형처럼 절친하게 따랐던 고 박광정을 이렇게 추억했다.

15일 46세의 아까운 나이에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연기자 박광정에 대해 동료 배우들은 “오직 무대를 위해 살았던 천상 배우”라고 입을 모았다. 박광정과 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 함께 출연한 뒤 연극,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함께 활동해온 권해효는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벗을 잃었다”며 애통해했다.

권해효는 “(박)광정 형은 올해 3월 폐암 판정을 받고 스스로도 많이 당황스러워 했다”면서 “12일 병실을 찾아갔을 때만 해도 ‘잘 버텨서 이겨 내겠다’며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가 하면 고인이 결성한 극단 파크에서 함께 활동한 배우 박철민은 “무대와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쳤던 형”이라면서 “자신보다 더 무대와 무대를 찾는 사람들을 사랑했다”고 추억했다.

2002년 고인과 함께 연극 ‘개그맨과 수상’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박철민은 잊지 못할 당시의 일화를 꺼냈다. 박철민은 “연극은 적자를 봤고 배우 누구도 출연료는 못 받을 거라 생각하던 차에 광정 형이 노란 봉투에 출연료를 담아 20여 명의 배우에게 나눠줬다. 나중에 자신이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 받은 돈을 후배들에게 나눠준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고 회고했다.

고인과 박철민은 고향(전라남도 광주)이 같은데다 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남다른 우정을 나눴다. 때문에 애통한 마음이 더 큰 듯 박철민은 “환경이 바뀌더라도 무대와 연극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았던 배우”라고 돌이켰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박광정은 92년 영화 ‘명자, 아끼꼬, 쏘냐’로 데뷔했고 같은 해 연극 ‘마술가게’를 연출하며 배우와 연출가로 활약했다. 대표작으로는 영화 ‘넘버3’와 드라마 ‘하얀거탑’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대학로 서울대학병원에에 차려졌고 발인은 17일 오전 10시다. 유족으로는 연극인 부인 최선영 씨와 2남이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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