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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산책]박지호/학생 실력 파악후 수준별 영어강의를

입력 | 2008-12-18 02:59:00


얼마 전 학교에서 영어 강의가 끝났다. 처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어 강의였다. 학교에서는 학생 실력에 맞춰 여러 수준의 강의를 개설했다.

하지만 자신의 영어실력과는 다르게 학점을 잘 주는 교수를 찾아가 신청한 학생이 많았다. 학교에서 만든 수준별 강의의 의도가 변질되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나와 같은 강의를 듣던 A는 보통 영어 강의를 듣고 싶었으나 다른 학생들이 먼저 수강신청을 하면서 일찍 마감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고급 영어 강의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A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은데 자기 실력보다 높은 수준의 과목을 들으면 학점을 따는 데 급급해서 다른 학생의 숙제를 베끼거나 중간에 수강을 취소한다.

학생을 위한 수준별 영어 강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같은 방식은 문제가 많다. 외국에서 온 학생에 비해 영어 수준이 낮은 국내 학생에게 고급 영어 강의는 내용이 어려워 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

첫째, 학생의 영어 성적을 확실하게 알아봐야 한다. 영어 능력을 측정해서 그에 맞는 수업을 듣도록 학교는 평가제도를 만들고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자신의 능력보다 높은 수준의 강의를 듣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면 보조 프로그램을 개설해야 한다.

둘째, 영어 강의 평가는 학점이 아닌 합격(pass) 또는 불합격(nonpass)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적지 않은 학생이 영어 능력과 관련 없이 과목을 선택할 때가 있다. 일부 학생은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고급 과정보다 낮은 과목을 고르기도 하고, 학점을 후하게 주는 교수를 찾아가기도 한다. 학점이 아니라 합격 또는 불합격 방식으로 바꾼다면 학생은 영어 강의에 대해서 부담을 갖지 않고 자신의 실력에 맞게 수업을 들으려 할 것이다.

박지호 연세대 1학년 인문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