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4대 강 정비사업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뜨겁다. 핵심은 4대 강 정비사업이 대운하 추진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지역 개발적 관점에서 보면 4대 강 정비사업은 나름대로 적지 않은 의의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4대 강 정비사업은 ‘안전한 국토’를 만드는 데 주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우리 국토는 선진국에 비해 방재 측면에서 많이 취약하다. 좀 더 효과적인 하천 복원을 통해 상습적인 홍수 방지와 물 부족 사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운하와 관련없는 독립조직서 담당
기존 제방을 보강하고 중소 규모 댐이나 홍수 조절지 건설로 홍수를 예방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해 가뭄에 물을 공급하는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다.
둘째, 4대 강 정비사업은 ‘쾌적한 국토’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4대 강 정비사업은 그동안 방치됐던 전국의 주요 하천을 국민이 즐겨 찾는 선진국형 친수 공간으로 재정비함으로써 우리 국토를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4대 강 정비사업은 시급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경제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업이다. 이런 절박한 여건에서 4대 강 정비사업은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다. 극도의 소비심리 위축과 실질소득 저하로 서비스업에서의 일자리 창출도 여의치 않은 현실이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차선책이기는 하지만 현시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의 추락으로 주택건설이 힘든 데다 주택건설을 통한 인위적인 경기진작 방식은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하천 정비사업을 통한 내수경기 진작은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4대 강 정비사업으로 새로운 일자리 19만 개가 생기고 23조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4대 강 정비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려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운하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4대 강 정비사업을 운하와 관련이 깊은 정부조직에서 직접 계획하기보다는 별도의 독립된 조직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조직에서는 운하 관련 전문가는 완전히 배제하고 토목 및 수자원전문가, 환경전문가, 국토개발전문가 등으로 구성해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운하 건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업임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4대 강 정비사업의 국토 개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한 하천공사로 제한하지 말고 4대 강 주변의 중소도시와 연계해 하천과 도시를 동시에 재정비하는 이른바 ‘국토 재정비 사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역 개발-일자리 창출효과 기대
4대 강 정비사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더욱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천 정비사업과 연계된 주변 도시 재정비 사업에 첨단기술을 활용한 사업방식을 최대한 동원해 고급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하천 정비 및 주변도시 정비를 위한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이라든가 유비쿼터스 기법을 통한 도시 재정비사업, 신재생 에너지 단지 조성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떠한 정부사업이든 상호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는 지속성을 유지할 수가 없다. 대운하 사전포석 여부는 사업진행방식을 보면 자연스럽게 파악될 수 있다. 지금은 정치적 논란보다는 경제위기 극복에 뜻을 모아야 할 때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