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이는 관가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 1급 공무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1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의 모습. 과천=홍진환기자
물갈이 폭은 - 1급 291명 전원 대상… 순차적 선별퇴출 전망
물갈이 의미 - ‘새 술은 새 부대에’ 집권 2년차 진용짜기 포석
관가 반응은 - “우린 대상아니다” 애써 부인하며 靑의중 촉각
1급 이상 정부 부처 고위직의 향후 ‘물갈이’ 작업은 내년 2월 중순까지로 예상되는 개각 때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 부처 내의 1급 인사는 청와대(45명)를 포함해 모두 291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와 철학 가치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부처의 실·국장급들을 대상으로 해당 부처 장관들이 사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17일 “1급 물갈이와 관련돼 정부 차원의 계획된 전략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전 부처가 잘 안 돌아가 1급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며, 물갈이는 전적으로 부처 장관의 몫으로 남겨둔 상태”라고 전했다.
정부 고위직의 물갈이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각 부처에서는 서로 “우리 부처는 대상이 아닐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보이면서도 청와대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1급 인원이 82명으로 전 부처 가운데 가장 많다. 새 정부 출범 후 50명에 이르는 재외공관장이 모두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받을 사람은 이미 한 번 재신임을 받았다는 ‘특수성’을 내세워 표면상으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상황이 다르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복수의 외교부 관계자들은 “아직 1급 일괄사표 움직임은 없지만, 한 부처가 치고 나가면 다른 부처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교과부가 ‘치고 나간’ 데 비춰 외교부도 안전하지는 않다고 본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1급은 차관보, 기획조정실장, 인사실장, 조직실장, 재난안전실장, 정보화전략실장 등 본부 6명과 소속기관인 국가기록원장, 지방행정연수원장, 소청심사위원회 심사위원 4명 등 6명을 합해 12명이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장과 지방행정연수원장이 공석이라 현원은 10명이다. 이들은 모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석인 기록원장과 지방행정연수원장은 이달 안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1급들의 일괄 사표 제출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1급 공무원의 신분보장 조항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주무부처라는 점, 실세로 통하는 원세훈 장관의 조직개편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교과부의 1급 집단 사표와 관련해 여전히 무관하다는 분위기다. 정권 출범 후 나가야 할 1급은 이미 나갔다는 것. 다만 재정부 일각에서는 “내년 초쯤 파도가 넘어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전체 관가 분위기가 어느 한쪽으로 흘러간다면 재정부라고 따로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초 인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공무원들은 올해 초 조직개편에 따라 1급 자리 수가 6개로 줄었고 그나마 공모직 등을 제외하면 남는 자리가 3자리뿐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1급 사표 파동이 자신들과는 무관하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남북관계의 경색과 과거 정부 시절 햇볕정책 추진의 부작용 등에 대한 책임론이 강화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며 긴장하는 표정이다.
여권 내에서는 1급들의 물갈이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연초로 예상되는 개각 움직임과 직결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급 인사들에 대한 각 부처 자체의 물갈이는 지난 1년의 성과에 대한 자기평가의 성격도 있다”면서 “장관들의 재량에 의한 부처 내의 1차 인적 정비에 이어 장차관들에 대한 개각을 통해 이명박 정부 2년차의 진용이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 장관들이 부처 내 고위직을 ‘선별 퇴출’하는 부처 외에는 개각 이후 신임 장관들이 인사권을 행사해 물갈이와 후속 인사를 마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