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골프의 본산이 된 이유는 돈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상금이 걸려 있는 대회가 증가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던 톱 프로들이 속속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영국 가디언의 기자 출신으로 세계 각국의 골프대회를 취재해온 토렌스 도너간은 골프잡지 골프월드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의 위기가 유럽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향후 골프시장을 전망했다.
토렌스는 “미 PGA 투어는 상금이 헤프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하는 세상임은 분명하지만 이제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복잡한 월스트리트 금융위기가 골프계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PGA 투어에도 부담을 안기고 있다. 그동안 PGA 투어는 미국의 은행 및 금융기관,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많은 후원을 받았는데 이들 기업들이 스포츠 대회의 후원을 중단할 때가 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수년 내에 PGA 투어의 상금이 지금보다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반면 미국의 금융 위기가 유럽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모든 길은 두바이로 통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내년 시즌 유러피언투어의 대미를 장식할 두바이월드골프챔피언십은 총상금 2000만 달러(한화 약 265억원) 규모의 빅 이벤트로 치러진다. PGA 투어 페덱스컵과 맞먹는 규모다.
이외에도 유러피언투어는 유럽을 넘어 세계투어로 발을 뻗고 있다. 중국, 싱가포르, 카타르, 아부다비, 한국 등이 그 가운데 하나다.
중국에서는 이미 많은 유러피언투어가 열리고 있다. HSBC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볼보차이나 등 굵직한 대회가 열린다. 국내에서도 올 3월부터 발렌타인챔피언십이 유러피언투어로 개최되고 있다. 유러피언투어가 아시아에서까지 대회를 여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조소를 금치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셈이다.
로렌스는 “미국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사이 중동은 관광대국으로 성장했다. 그에 따라 골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랍의 왕자들이 많은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내년 시즌 PGA 투어는 올해보다 850만 달러(총상금 2억2290만 달러)의 상금이 증액돼 금융위기를 빗겨갔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2010년부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벌써 내년에 3개 대회가 취소됐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러피언투어는 덩치 큰 PGA 투어의 ‘허약한 동생’에 불과했다. 그러나 동생은 꾸준한 체력 단련으로 근육을 키웠고, 어느덧 팔씨름을 해서 형을 이길 수 있는 때가 왔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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