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기자들의 직능 이익 단체 중 한국기자협회(기협)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있다. 두 단체는 미디어 현안에 대해 기자나 언론계의 대표 격으로 발언해 왔고, 언론계 ‘자리 몫’도 갖고 있다. 일례로 기자협회장은 한국언론재단 비상임이사이고, 언론노조는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을 추천한다.
기협은 1964년 창립돼 언론자유수호행동강령 제정을 비롯해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언론의 자유를 뒷받침해 왔다. 하지만 지난 정권 때 기협이 발행하는 협회보는 동아일보 등 보수 신문의 논조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신문을 “수구”라고 몰아붙였고 친노 성향을 보인 지상파나 일부 마이너 신문의 논조와 같은 보조를 취하기도 했다.
협회보는 미디어 현안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조를 보이고 있다.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에 대해 “극소수 재벌과 과점 신문들이 미디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문만 활짝 열어주었다”며 반대하는 언론노조나 (PD연합회 등이 가입해 있는) 한국방송인총연합회의 주장을 크게 전할 뿐이다. 국내 미디어의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거의 다루지 않는다. 기사에서 언론노조의 주장을 많이 인용한 탓으로 협회보의 논조와 언론노조가 발행하는 미디어오늘이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필자는 협회를 탈퇴했다. 협회보의 일방통행에 식상한 지 오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몇 달 전 탈퇴 전화를 걸었다. 주위에서 그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김경호 회장이 창립 44주년 기념사에서 “언제부턴가 기자들 사이에서도 대립과 반목이 생겼다. 지금은 분열과 반목 대신 통합과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지만, 협회보를 보면 통합은 요원해 보인다.
언론노조는 1988년 창립한 언론노련의 후신으로 2000년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은 MBC 사장을 거쳐 국회로 진출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고, 권영길 민노당 의원은 언론노련의 초대 위원장이었다. 기관지 ‘미디어오늘’ 기자 중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와 국정홍보처에서 활동한 이가 많다.
언론노조는 여러 현안에 대해 가시 돋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언론노조가 낸 성명을 보자. “재벌, 수구족벌신문, 외국자본에 언론을 팔아먹고….” “방송통신심의위까지 방송장악원흉이 된다”….
언론노조는 정연주 사장의 교체를 둘러싸고, KBS 노조와 갈등을 빚다가 KBS 노조의 탈퇴를 불러왔다. 최근 한국방송광고공사와 언론재단의 기관장이 바뀔 때는 해당 기관의 노조와 연대해 반대하려다 기관 노조의 반발을 샀다. 언론재단의 한 직원은 “언론노조에 우리 노조가 휘둘리면 큰일난다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언론노조의 전(前) 위원이 “(상당수 위원이) 문제 해결보다 언론운동의 선명성과 이벤트화에 더 골몰하더라”고 한 지적이 납득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YTN 사태에 언론노조가 사장 출근 저지 등으로 개입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동아일보의 노조는 언론노조 회원사가 아니다. 조선 중앙일보 노조도 마찬가지다. 이 신문들의 기자협회 가입률도 유독 낮다. 지난 정권 이후 사라지지 않는 언론계 ‘편가르기’의 결과다. 이러니 두 단체가 언론계 대표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기협 내부에선 이에 대한 고민도 들리지만, 통합의 지혜가 어렵다면 대안 단체의 출범이라도 기다려야 할지….
허엽 문화부장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