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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로 훼손 ‘반구대암각화’…국토부 “댐수위 일단 낮추자”

입력 | 2008-12-19 03:00:00

올해 처음 울산 울주군 사연댐에서 발생한 이끼벌레가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 윗부분에 달라붙어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수년째 보존 방안을 놓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갈등하면서 훼손에 신음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 갈등 문화재청-울산시에 중재안 제시

1965년 인근에 댐이 건설된 뒤 반복되는 침수로 훼손돼온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울산 울주군)의 보존에 청신호가 켜졌다. 18일 국토해양부와 문화재청, 울산시에 따르면 세 기관은 19일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국토해양부의 중재안을 협의한다.

○ 오늘 3자협의 “물부족 등 해결법 찾자”

반구대암각화는 수년째 댐 수위를 낮추려는 문화재청과 이를 반대하는 울산시가 보존 방안을 놓고 갈등을 겪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댐 운영권자인 국토해양부가 중재자로 나서 처음으로 대안을 협의함에 따라 암각화의 보존 방향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국토해양부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일단 사연댐의 수위를 52m로 낮춰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낸 뒤 울산시가 우려하는 물 부족과 수질 악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현재 댐 수위가 53m까지 내려가 있는 상태라 겨울 가뭄기에 수위가 52m가 될 것”이라며 “이 상태에서 수위를 다시 올리지 않으면 되므로 지금이 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협의로 울산시와의 오랜 갈등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울산시는 17일 암각화 주변의 물길을 막은 뒤 원형의 수로 터널로 물을 우회시키자는 기존 방안을 주장하면서도 “중재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맞춰가겠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지금까지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경우 늘어나는 물 수요를 감당할 수 없으며 수위를 낮추기 위해 물을 방류하는 과정에서 재해가 발생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최근에는 댐 수위를 낮춰도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기존 주장 고수 울산시도 “의견 맞춰가겠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댐 수위를 52m로 낮출 경우 1년에 140일 정도 물에 잠기는 암각화가 1년에 14일(연평균 강수량 기준)∼33일(200년 만에 오는 큰비 기준)만 잠길 것으로 분석했다. 또 댐에 홍수 조절을 할 수 있는 수문을 설치하면 1년에 1, 2일밖에 잠기지 않으며 국토해양부가 올해 시작한 치수 능력 증대 사업(홍수로 댐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로를 설치하는 것)으로 수문 설치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사연댐의 실제 물 공급량이 14만2000t이었고 수위를 52m로 내렸을 때도 15만1000t의 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2, 3년간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재안 협의 과정에서 울산시가 기존 방침을 고집해 협의가 결렬될 경우 울산시는 암각화 훼손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수위를 내리지 않고 놔뒀다가 당장 내일이라도 암각화가 붕괴되면 정부와 울산시는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댐을 운영하는 국토해양부로서도 물이 ‘돈’이지만 문화재 보존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반구대암각화와 주변 바위는 물의 침투로 곳곳에 공동(空洞)화 현상이 일어나 표면이 많이 약화됐다. 10월에는 사연댐 상류지역에서 발생한 이끼벌레(1mm의 개체가 50∼100cm의 군체를 이루는 태형동물)가 암각화 표면에 엉겨 붙은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호석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에 따르면 암각화는 동물 그림을 포함해 120곳 이상의 표면이 훼손된 상태다.

▶본보 7월 23일자 A12면 참조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