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내수시장을 개척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13억 인구의 넓은 시장이라지만 기술력과 브랜드를 가진 첨단 제품이 아니면 파고들 데가 없습니다.”
최근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에서 만난 한국의 유명 가방브랜드 주문자생산업체 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살 길은 중국 내수시장 개척이라지만 한국 기업들에는 걸림돌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들이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면서 이들과의 가격 경쟁, 관시(關係) 경쟁,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면 불과 며칠 만에도 복제품을 만들어내는 ‘짝퉁’과의 전쟁에서 당해낼 수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18일로 개혁개방 30주년을 맞은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외자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우대조치를 해주던 시절도 지났다. 이제는 ‘첨단’ ‘고부가가치’ ‘친환경’ 등의 업종이 아니면 이미 들어와 있는 기업도 나가주었으면 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이제 저임금 가공무역 수출의존도에서 벗어나 중국 내수시장 개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기자가 만난 상당수 한국 기업인들에게선 대부분 비관적인 전망만 나왔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15일 칭다오에서 북쪽으로 70km가량 떨어진 소도시 라이시(萊西) 시의 난수샤뤼(南墅下呂) 촌에서 본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CJ사료 칭다오법인이 한 유치원 마당에 양돈 농민 80여 명을 모아놓고 사료 배합 및 양돈 기술 설명회를 열고 있었다. 설명회 후에는 인근 농가에서 시범적으로 1개월가량 사료를 먹인 돼지의 건강과 무게를 측정해 사료 품질을 확인했다. ‘풀뿌리 내수 개척’ 현장이었다.
손홍인 법인장은 “많은 중국기업 틈바구니에서 시장을 넓히려면 그들 못지않게 고객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믿음을 심어줘야 하며 무엇보다 ‘농민을 위한다’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다오법인은 한 달에 50∼60차례 각지에서 이런 행사를 연다.
옌타이(煙臺) 두산인프라코어의 선반 등 공작기계 부문은 2년에 한 번씩 신기술 발표 및 공장개방 행사를 연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내고 고객과의 거리도 좁힌다고 한다.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