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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의 도쿄통신] 에그자일 돌풍의 비밀

입력 | 2008-12-19 08:11:00


‘상업 전략+문어발 기획’ 만능 그룹, 2900억 꿀꺽

‘아이들 그룹과 닮은 듯 다른’그룹 에그자일(EXILE)이 일본 연예계에 무섭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싱글, 앨범, DVD 등을 통틀어 최고의 판매고를 올린 가수에게 돌아가는 올해 오리콘차트의 ‘아티스트 톱 세일즈’분야에서 자그만치 195억8000만엔(약2900억원)을 기록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에그자일은 성분부터가 독특한 그룹이다. 두 명의 보컬과 다섯명의 댄서로 이뤄진 이 그룹은 놀라운 창작곡을 배출하는 아티스트와는 다르며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을 넘나드는 아이들과도 또 다른, 애매한 특징과 활동 방식을 지녔음에도 어마어마한 인기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이달 초 발매돼 첫 주에만 94만여장을 단숨에 팔아치운 앨범 제목은 ‘EXILE BALLAD BEST’. 댄스그룹으로도 정의할 수 있는 그룹이 발라드 베스트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이 언뜻 의아하지만 두 명의 보컬이 가만히 선 채 발라드곡을 부르는 가운데 ‘퍼포먼스’담당인 나머지 멤버들이 뒤에서 댄스를 선보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룹이 바로 에그자일이다.

빼어나게 잘 생기지도, 놀랍도록 노래를 잘 부르지도 않지만 비디오형도 되고 오디오형도 되는 전방위적인 소화력이 에그자일의 기묘한 힘을 뒤받침하고 있다.

2003년 리메이크곡 ‘츄츄트레인’을 앞세워 처음으로 밀리언셀러 가수 대열에 오른 에그자일은 이달 3일에는 웸의 ‘Last Christmas’를 리메이크한 싱글도 발표해 히트를 기록중이다. 이처럼 이들은 안정적이거나 혹은 안이해보이는 리메이크나 히트곡 모듬의 베스트앨범으로 직선의 파급력을 노리는 것을 선호한다.

철저하게 상업적이면서 대중적인 이들의 노선은 리더이자 그룹의 산파 역을 담당한 히로가 사장을 맡고 있는 독자적인 소속사를 통해 문어발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에그자일을 중심에 둔 소속사 덕분에 이들은 다양한 기획을 쏟아내고 있다. 멤버들을 사무라이로 캐릭터한 ‘에그자무라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가하면 아이들회사 쟈니스사무소의 장기인 부가상품 판매에도 열심이다. 스마프가 매년 기간을 한정해 관련 상품을 파는 ‘스마프샵’을 열듯 에그자일도 올해 ‘에그쟈일샵’을 오픈하기도 했다.

올해 ‘에그자일의 완벽한 해’를 선언하고 그 슬로건을 제대로 실천한 에그자일은 아이들그룹의 매니지먼트 방식을 갈수록 더 차용하고 있다.

쟈니즈사무소의 아이들그룹이 자기이름을 내건 예능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처럼 내년 1월부터 니혼TV를 통해 ‘EXILE GENERATION’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전파에 올린다. 멤버별 따로 활동에도 가속을 붙이고 있다.

보컬에 비해 개인 인지도가 떨어지게 마련인 퍼포먼스 담당 멤버들을 중심으로 ‘극단 에그자일’을 결성해 지난해부터 연극공연을 펼쳐오더니 멤버 USA가 단독으로 주연을 맡는 유명 연극도 막을 올리게 됐다.

연기도 하고 진행도 하는 만능 그룹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어떤 아티스트도, 아이들그룹도 부럽지 않은 파워를 장전한 에그자일은 영어든, 외국 연예인이든 일단 두 팔을 벌려 포용한 뒤 철저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블랙홀 같은 일본의 특징과 가장 많이 닮은 그룹인지도 모르겠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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