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환전상도 저녁에는 명동 옮겨와 영업
17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명동.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온 일본 여고생 3명이 재킷이건 바지건 무조건 9900원에 파는 옷가게를 나오며 횡재했다는 표정으로 “스고이 스고이(대단하다, 대단해)!”를 외쳤다. 옷을 한 아름 산 이들은 다시 화장품 가게로 향했다.
○ 명동으로 넘어온 남대문 환전상들
쇼핑몰 밀리오레 부근의 환전소 앞에는 일본인 관광객 6, 7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 관광객은 지갑에 든 엔화를 모두 털어 1만 원짜리 두 다발(200만 원)로 바꿨다. 이곳 환전상은 “손님의 90%가 일본인 관광객”이라며 “환전금액도 전에는 많아야 1만 엔(약 14만7000원)이었지만 요즘엔 5만 엔(73만5000원)이 기본”이라고 전했다.
환전소를 찾은 30대 일본인 여성은 “도쿄에서 미리 환전하려 했는데 은행마다 ‘원화가 다 떨어졌다’고 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자취 감춘 ‘깔세’ 매장
엔화 강세 특수(特需)에 명동 상권의 몸값도 크게 뛰었다. 올여름만 해도 명동에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빈 점포가 적지 않았다. 보증금 없이 2, 3개월 치 월세를 미리 내고 장사하는 속칭 ‘깔세 매장’도 10여 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명동 H부동산 김모(62) 사장은 “임차인을 못 구해 반 년이 넘도록 깔세로 놀리던 매장에 최근에는 화장품회사 2, 3곳이 서로 들어오겠다고 옥신각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몰리자 명동 노점상 수도 최근 3, 4개월 새 2배 가까이로 늘었다. 목 좋은 노점은 권리금이 1억 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성당 앞에서 휴대전화 액세서리를 팔던 40대 남성은 “1000원짜리 휴대전화 액세서리 팔아 200원 남기는 장사로는 자릿세 내기도 버겁지만 일본인 관광객 덕에 이 정도 벌이라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