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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책향기]성탄절을 축제로 만든 디킨스의 ‘X마스캐럴’

입력 | 2008-12-20 02:59:00


165년 전인 1843년 12월 19일,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 한 편이 영국에서 출간됐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구두쇠의 대명사가 돼버린 스크루지가 주인공인 작품. 그가 크리스마스 전날 꿈속에서 유령들과 함께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하는 동안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크리스마스에 자비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얘기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이 소설이 당시 사회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 분석한 책이 최근 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제목은 ‘크리스마스를 만든 사람(The Man Who Invented Christmas)’. 역사학자인 레스 스탠디퍼드 씨의 작품이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집필 의도에 대해 “어느 날 ‘찰스 디킨스’에 대해 물어보는 e메일을 받았는데 아는 게 거의 없고, 궁금증을 풀어줄 책을 찾아봐도 변변한 게 없어서 직접 써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 책에서 중점을 두고 쓴 것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디킨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이다. 디킨스는 작가로서 큰 명성을 얻었으나 후속작의 잇따른 실패로 1843년에 즈음해선 침체에 빠져 있었다.

이 책을 구상한 뒤 출판사 측과 상의했지만 디킨스의 새 작품을 내려는 출판사는 없었다. 결국 그는 나머지 재산을 털어 ‘크리스마스 캐럴’을 직접 출간했다. 평단과 독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4일 만에 6000권이 팔렸다. 디킨스는 작가로서의 재기에 성공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이룬 또 하나의 성과는 “크리스마스를 축제의 날로 만든 것”이라고 스탠디퍼드 씨는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1843년 이전 서구의 크리스마스는 오늘날의 크리스마스와 크게 달랐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없었고, 선물을 주고받지도 않았으며 떠들썩한 파티도 없었다. 기독교계가 크리스마스를 ‘명절’로 여기지 않았는데, 고대 로마인들이 매년 12월 농업의 신에게 감사하며 축제를 보냈던 풍습이 크리스마스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런 사회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스탠디퍼드 씨는 말한다. 그 후로 친지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등 크리스마스는 조금씩 축제의 성격을 띠게 됐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 칠면조 요리를 먹는 것도 스크루지가 부하 직원의 집으로 칠면조를 보낸 대목 때문에 유행한 풍습이라고 스탠디퍼드 씨는 해석했다.

스탠디퍼드 씨는 “디킨스는 덜 가진 자에게 나눠주는 사회, 경제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사회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상업주의로 물든 오늘날의 크리스마스를 디킨스가 본다면 아연실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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