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김포공항 스카이시티 컨벤션센터에서 대선 승리 1주년을 자축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대선 주역 1000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경제위기 상황을 의식해 조용하게 치러졌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지금은 할 말을 다 할 때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참석자들은 경제 살리기를 다짐했다.
한나라당 행사는 5년 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노사모 등 친노(親盧)세력의 환호 속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 축하 ‘리멤버 1219’ 행사와는 대조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국가적 어려움과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이런 행사조차 굳이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게 지금의 민심이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승리와 함께 나라를 바로 세우고 경제를 되살리라는 임무를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의 적지 않은 시행착오, 인사 실패, 총선 공천 파행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고 지지도는 20∼30%대로 떨어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 덩어리가 되기는커녕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이 갈리고, 어떤 친박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잘못 태어난 정부’로 취급하는 발언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당의 국회 운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국(危局)에 처해 있다. 정권 측은 지금의 경제난이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과거 10년간 국가 곳곳에 뿌리내린 좌파세력의 국정 방해가 너무나 집요하다고 하소연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국민과 국가에 대한 무한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러겠다고 국민 앞에 단단히 약속하고 정권을 잡았다. 변명은 구차할 뿐이다.
집권 2년차에는 시행착오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 이 정권의 성패는 앞으로 1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느냐, 국가적 실패로 선진국의 문턱에서 처절하게 주저앉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대선 승리 1주년을 계기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그리고 공직자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