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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최전방 소초 술판’ 軍紀 풀리면 안보 뚫린다

입력 | 2008-12-20 02:59:00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하고 철통같은 대비를 하기 위해 잠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비무장지대(DMZ) 전방소초(GP)에서, 그것도 장교들이 부사관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20여 일 전 GP 내무반에서 이등병이 수류탄을 던져 동료 사병 5명을 다치게 한 사건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이어서 충격이 더하다. 세계 최대의 화력이 집중해 있는 비무장지대 근무자들 기강이 이렇게 풀어져서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기 어렵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올해 5월 말과 11월 1일 등 3차례 GP에서 술판을 벌였다고 한다. 3사단 예하 소초장인 송모 중위는 1∼2km 떨어진 옆 GP로 가 소초장 임모 중위와 술을 마시기도 했다. 성탄절과 생일 축하를 이유로 술을 나눴다니 두 사람 모두 최전방이 아니라 후방 도시에 있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근무를 한 꼴이다. 소초장들이 이렇게 일탈하는 판에 GP에서 사고가 안 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장교와 부사관들이 경계근무수칙을 무시하고 술을 마시는데 사병들은 눈을 부릅뜨고 보초를 서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육군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음주 관련자 5명을 구속하고 관할 중대장과 대대장에 대해 보직 해임 조치를 했다. 연대장과 사단 정보참모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일벌백계로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 정도의 대응으로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없다.

군에서는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철칙으로 여긴다. 불성실한 GP 근무야말로 치명적인 경계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하 사병을 통솔해야 할 위관 장교부터 갓 입대한 이등병까지 GP 근무 기강이 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책임지고 전체 GP의 기강을 확실하게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군을 믿고 경제위기 극복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