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영어’로 SEC 대상 초등 4학년 임다은 양
《“(미국에서) 몇 년 살다 왔어요?”“아빠가 해외 주재원이었나 봐요?”임다은(사진·서울 금천구 동광초 4학년) 양이 자연스러운 억양과 발음으로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임 양의 어머니 정미숙(사진·43·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씨에게 이렇게 묻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 씨는 난감하다. 딸은 영어 사용권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을뿐더러 해외 영어캠프조차 참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영어 챕터북 읽으며 말하기·쓰기 기초 다져
임 양은 학교법인 서강 SLP 주최로 열린 ‘제7회 서강 영어 콘테스트(SEC·Sogang English Contest)’에서 대상(3, 4학년부)을 받아 자신의 토종 영어 실력을 입증했다.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등 종합적인 영어 활용능력을 평가하는 이 대회의 모든 지원자는 참가신청서와 함께 출입국사실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영어권 국가에서 1년 이상 정규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참가를 제한하기 위해서였다. 비영어권 국가라도 영어를 쓰는 국제학교에서 1년 이상 교육받은 학생은 모두 ‘리터니(Returnee·해외거주 경험이 있는 귀국 학생)’로 분류돼 출전할 수 없다.
임 양은 5세 때 입학한 영어유치원에서 영어를 처음 접했다. 한글은 유치원에 가기 전 깨쳤다. ‘영어를 배우기에 앞서 우리말 읽기와 쓰기만큼은 어려움이 없게 해야겠다’는 어머니의 생각 때문이었다. 정 씨는 “우리말이랑 글이 잘 안 되는데 남의 말이 되겠어요? 4세 때 한글을 가르쳐서 읽기와 쓰기를 무리없이 할 수 있게 했지요”라고 말했다.
정 씨는 임 양이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임 양은 특히 영어 챕터북(단원이 나뉘어 있는 이야기책)을 좋아했다. ‘아서 챕터북’이나 ‘매직트리 하우스’ 시리즈 등 소설 형식으로 자기 또래의 주인공이 겪는 모험담을 다룬 챕터북 읽기의 재미에 빠져들면서 어느새 영어와 가까워졌다.
○ “영어는 내게 공부가 아닌 휴식”
무작정 책만 붙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 씨는 책의 내용을 원어민의 음성으로 녹음한 테이프를 반복해 들려주면서 임 양이 원어민의 발음과 억양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했다. 듣기 연습을 통해 귀와 입을 동시에 트이게 할 셈이었다.
테이프 듣기 시간을 따로 정한 것이 아니라 마트로 쇼핑을 가거나 학원에 가는 자동차 안에서 수시로 들려주는 식이었다. 집에서도 씻고 난 뒤 잠들기 전까지의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녹음 테이프를 들려줬다.
2, 3년 넘게 듣기와 읽기 학습을 병행하자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억양이나 발음이 원어민 수준으로 변한 것도 좋았지만, 영어를 힘든 ‘공부의 대상’이 아닌 유쾌한 ‘즐길거리’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점이 중요했다.
요즘도 임 양은 국어나 수학 같은 과목을 공부하다가 지치면 영어 챕터북을 꺼내 소리내 읽으며 공부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얇은 책은 대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두꺼운 책은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까지’ 하는 식으로 스스로 범위를 정해 며칠이고 읽는다.
이 과정에서 정 씨가 한 역할은 진지한 청취자다.
“제가 아이의 발음이나 억양을 교정해 줄 실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옆에서 들어주면서 아이의 읽는 재미를 북돋아 주는 거죠.”
○ 원어민 선생님과 친해지자 영어 재미 ‘쑥쑥’
읽기 연습으로 영단어나 구문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쓰기 실력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꾸준히 써온 영어일기의 도움도 컸다. 아무리 피곤하고 바빠도 일기만큼은 반드시 쓰고 잠드는 습관을 들이려 했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도 컸다. 임 양이 일기장에 영어 일기를 써 가면 선생님은 영어로 답글을 적어줬다. 임 양이 영어 쓰기에 대해 느끼는 재미와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 몇 줄이라도 영어 문장을 끄적이는 생활습관이 길러지면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과 표현하는 능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평소에 말수도 적고 조용한 성격의 임 양이 교내외각종 영어 경시대회에서 상을 휩쓸 수 있는 비결이다.
집 근처 영어학원의 원어민 선생님도 임 양에겐 좋은 대화 상대다. 수시로 전화를 걸어 수다도 떨고 집으로 원어민 선생님을 초청해 함께 저녁을 먹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 명절인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맞아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가면 같은 핼러윈 용품을 파는 상점에 쇼핑을 다녀오기도 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국제중에 진학하고 싶다는 임 양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미국 테네시 주의 주도 내슈빌이다. 그 이유가 흥미롭다. “티나(학원 원어민 강사)의 고향이 내슈빌이랬거든요.”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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