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 채권 수익률 따져봐라
《“전반적으로 버크셔해서웨이와 버크셔의 장기주주들은 정기적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식품가격의 하락에서 이익을 보듯이 하락장에서 큰 이익을 본다. 그래서 (때때로 그렇듯이) 시장이 급락해도 공포에 빠지거나 비통해하지 않는다. 버크셔에는 잘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버크셔의 투자자 매뉴얼, 1996년 6월
“신문에서 ‘주식 폭락, 투자자 손실’이라는 헤드라인을 보면 미소를 지으세요. 그리고 ‘시장 하락, 매도자 손실, 매수자 이득’으로 고쳐 생각하십시오. 기자들은 종종 이러한 자명한 이치를 잊곤 하지만, 매도자가 있으면 매수자가 있고, 한쪽이 손해를 보면 반드시 기회를 얻는 쪽이 있게 마련입니다. 골프경기에서 말하듯이 ‘어떤 퍼팅이든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워런 버핏》
불경기엔 주식가치 기준으로 매수
호황기엔 기업이익 따져본뒤 매도
1969년 5월 29일자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버핏은 투자조합의 해산을 언급한다.
“행운의 편지(chain letter)와 같이 단숨에 엄청난 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현재 증시에는 잘 속고 쉽게 자기최면에 걸리며 세상을 백안시하는 투자자로 가득 차 있다. 훗날 오늘의 시장 과열은 투기열에 휩싸인 일대 사건으로 증시와 비즈니스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정상적인 주가 형성이 안 되는 시장에서는 가치투자자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다는 사실에 버핏은 좌절했고, 1969년 말 투자조합을 해산했다. 버핏투자조합은 1957년 설립 초기부터 1969년 해산할 때까지 무려 연평균 29.5%의 복리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의 상승률은 연간 7.4%에 불과했다.
버핏은 투자조합을 청산하면서 현금을 주기도 하고, 채권에 투자하도록 권했다. 이후 주식시장은 장기간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1973년과 1974년에 이르러서는 결국 붕괴됐다. 버핏의 신중한 대처와 철수 결정은 타이밍이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1970년 이후 1974년까지 5년간 월트디즈니, 제록스, GM, 시어스 로벅과 같은 우량주들의 주가는 50% 이상 하락했다. 또 1974년에 1차 오일쇼크가 겹치면서 경기 불황기에 진입하자 주가는 추가로 하락해 투매가 투매를 낳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어느 누구도 주식시장에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을 만큼 주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5년간의 공백으로 원기를 회복한 버핏은 이때 풍부한 자금을 무기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버크셔는 2년 내에 74%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버핏의 우량주에 대한 장기투자는 지속됐고, 1987년까지 13년간 연평균 22%의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987년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자 버핏은 “요즘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발견하기 힘들다. 버크셔는 현재 거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10% 하락하더라도 매수할 만한 종목이 없다”고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주주들에게 자신의 딜레마에 대해서 언급한 5개월 후 증시는 단 며칠 만에 30%나 급락했다.
버핏은 대폭락 이전에 포트폴리오를 줄인 덕분에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가 장부가치 하락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실제로 1980년 18개 종목에 투자했던 버핏은 1987년엔 워싱턴포스트 등 단 3개 종목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했다.
결국 저평가된 주식이 없다고 느낀 버핏은 주식을 줄였고, 그 판단으로 대폭락이 있던 1987년에도 장부가치는 오히려 19.5% 늘어났다. 1988년엔 20.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버핏은 어떻게 투자 타이밍을 결정했을까. 버핏은 경제 동향이나 주식시장 전망을 통해 주식을 사거나 팔지 않았다. 철저하게 기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우량주에 장기투자했다. 저평가되었을 때 사고, 주가가 너무 올라 고평가되었을 땐 팔아서 채권에 투자했다. 그것이 주식시황을 가장 잘 맞힌 격이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기간은 우량주식을 매수한 후 장기보유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했다. 버핏은 주식시장 전망에 의존하기보다는 주식 가치에 의존한 장기투자가 가장 좋은 주식투자법이라는 것을 실천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버핏의 투자활동과 그의 말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버핏의 투자 타이밍에 대한 원칙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첫째, 주식의 수익률과 채권 수익률의 관계를 따져본다. 채권금리와 PER의 역수인 주식 기대수익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교해 봐서 매력적인지를 판단했다.
둘째, 불경기, 즉 경기후퇴기에 주식의 가치를 기준으로 주식을 매수했다.
마지막으로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이익 대비 주가가 크게 상승한 주식을 매도했다.
버핏은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환상도, 지나친 우려도 없었다.
“나는 매일 ‘파이낸셜타임스’를 읽지만 경제계의 저명한 누군가가 쓴 ‘내가 생각하는 내년 세계의 모습’이라는 헤드라인이 있으면 그 기사는 읽지 않는다. 그 기사를 읽을 시간에 나는 기업들을 연구한다. 나는 예언에는 관심이 없다.”